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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6연속 기준금리 동결… 파월 “금리 인상은 안될것”

입력 | 2024-05-03 03:00:00

“1분기에 ‘2% 물가’ 진전 못봐
금리인하 확신에 시간 더 필요”
고금리 장기화 불가피성 피력
한미 금리차 10개월째 2%P 유지




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은 아닐 것” 이라며 금리 인상설을 일축했지만 “금리 인하에 확신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다음 단계가 금리 인상이 될 것 같진 않지만, 금리 인하에 확신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간 5.25∼5.50%로 또다시 동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6회 연속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공식화했다.

이날 FOMC 정례회의와 이어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종합하면 연준은 현재 미국의 물가 상태를 상당히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지만 “올해 1분기(1∼3월) 인플레이션 (하락)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것을 시사했다. 한마디로 당장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 금리를 내릴지도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단 얘기다.

연준은 이날 올해 들어 처음으로 현재의 미국 물가 상태가 우려할 만한 수준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연준은 이번 성명서에 “최근 몇 달 동안 위원회의 물가상승률 2% 목표에 대한 추가 진전이 부족했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올 들어 3회 연속으로 미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자 연준이 물가 상승세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금리가 올해 한 번이라도 내려갈 확률이 있는 것인가’ 등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실시간 물가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아울러 “노동시장 약세(실업률 증가)나 지난해와 같은 물가 상승률 하락 중 한 가지는 충족돼야 금리 인하의 길이 열린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는 이날 FOMC가 끝난 이후 연준이 올해 기껏해야 9월이나 12월경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6월 금리 인하 기대는 완전히 물 건너갔고, 기껏해야 한두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끈적거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12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장기화된 고금리를 계속해서 이어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달 2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사실상 확실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를 10개월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처지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선 뒤 최근 13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편 연준은 이날 “6월부터 월 최대 국채 상환 규모를 기존 600억 달러(약 83조 원)에서 250억 달러로 줄여 보유 증권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양적긴축 감속 방침도 밝혔다. 이는 그만큼 유동성을 덜 흡수해 시중 공급량을 보존하겠다는 뜻으로,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국채시장의 혼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