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반 회담, 견해 차이만 확인 하마스측 “위험한 덫” 휴전협상 차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뉴시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만류하고 휴전 협상을 촉구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협상과 별개로 여전히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마이웨이’를 고집하며 상호 견해차만 확인했다. 일부 진전을 보였던 휴전 협상도 하마스 측이 “안전 보장 없는 휴전은 위험한 덫”이라며 부정적 뜻을 밝히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약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민간인 보호 대책이 없는 라파 지상작전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급 속도를 높일 것을 요청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회담 직후 “라파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하마스를 향해서도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총리 회담에 앞서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휴전이 성사되지 않는 건 모두 하마스 탓”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이번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하마스 역시 실제로는 해당 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이 드러났다.
하마스 공보실은 1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휴전 협상에 응할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도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의 측근을 인용해 “종전을 보장하지 않는 인질 교환과 휴전 협상은 우리를 노리는 덫”이라고 보는 내부 인식을 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