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민주당 원내사령탑 선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3/뉴스1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첫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일성부터 자신이 단독 입후보하고,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유를 이같이 설명하며 “당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당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직접 친명계 후보군을 교통정리하며 박 원내대표의 단독 출마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박 원내대표는 과거 김대중(DJ) 총재 시절 원내총무처럼 이 대표 의중을 따를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 대표 일극체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 “이 대표, 박찬대 단독 출마 지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진선미 당 원내대표-의장단 선관위원장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4.05.03. 뉴시스
당초 4선 김민석 서영교 의원을 비롯해 3선 김병기 김성환 박주민 한병도 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박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사실을 직접 언급하고, 일부 후보자에겐 사실상 불출마를 권유하는 등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친명계 재선 의원은 “이전 비명(비이재명)계 원내대표처럼 본인 소신을 앞세워서 헛발질하는 행태는 안 된다. 지금은 이 대표 의중을 잘 알고 실행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박 원내대표는 이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원내대표의 위상이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의 ‘원내총무’의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과거 원내총무는 당 총재가 지명하는 만큼, 총재 대리인의 성격이 강했다. 다만 2003년 민주당에서 분당한 열린우리당이 ‘원내 정당’을 강조하며 원내총무를 없애고 원내대표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원내대표 위상이 당 대표와 동급으로 강화됐다. 당 대표가 당 전반을 아우르고,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내 현안을 총괄하는 ‘투톱’ 체제가 된 것.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엔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를 콕 찍어 앉힌 그림이라 박 원내대표가 이전 원내대표들처럼 이 대표와 의견 대립을 보이거나 본인 의지대로 업무를 처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李 “당론 반대로 법안 멈추는 일 없어야”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22대 국회를 앞두고 완벽한 ‘친명당’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인사로 당선인들 앞에서 큰절을 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엄중하게 지켜만 보고 머뭇거리다가 실기하는 과거 민주당과 결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이 대표의 총선 핵심 공약이었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내세우는 등 이 대표와의 보조 맞추기에 나섰다. 원 구성과 관련해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반드시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3/뉴스1
신임 원내지도부도 강성 친명계 일색으로 구성됐다. 이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던 박성준 의원(재선)은 이날 원내운영수석부대표로 보직을 이동했다. 강성 친명계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재선)은 원내정책수석부대표로 임명됐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원내대표가 법사위와 운영위를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고 한 것은 22대 국회에서도 일방적으로 독주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거대 야당 마음대로 국회를 쥐고 흔들어도 된다는 것으로 총선의 민의를 생각했다면 분명한 착각”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