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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로 나온 고기능성 등산화… MZ세대 핫템 ‘살로몬’ 경험해보니[동아리]

입력 | 2024-05-04 11:00:00



‘동아’닷컴 ‘리’뷰(Review)는 직접 체험한 ‘고객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제품이나 공간, 문화, 예술 등 우리 주변 모든 고객경험을 다룹니다.

살로몬 XT-G GTX.

국내외 스니커즈 시장(씬, Scene)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모습이다. 여전히 주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로 볼 수 있지만 위상이 예년만 못하다. 두 거대 브랜드 부진을 틈타 아웃도어 브랜드 슈즈가 새롭게 떠올랐다. 흔한 등산화처럼 투박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가볍고 개성 있는 스타일로 거듭났다. 등산화가 젊은 세대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되면서 길거리까지 침투한 모습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키 덩크와 조던 시리즈는 색상을 불문하고 나오는 족족 품절사태를 빚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일부 오리지널 컬러 제품이나 콜라보레이션(협업) 제품은 여전히 금방 품절되지만 리셀가격이 이전처럼 높게 형성되지는 않는다. 인기제품 구매 접근성이 나아진 셈이다. 시간이 지나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후속 히트제품 후보로 편안한 착용감의 줌보메로가 인기를 끌었지만 색상과 물량이 풀리면서 기세가 꺾이기는 했다. 덕분에 리셀 목적이 아닌 진짜 신발 마니아들에게는 꽤 괜찮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아디다스 피어오브갓 로스앤젤레스.

아디다스는 미국 아티스트 카니예웨스트(예)와 협업한 이지(Yeezy) 브랜드 이후 마땅한 히트작이 없었고 이지 브랜드 인기도 시들해질 무렵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라인인 삼바가 돌풍을 일으켰다. 초반에는 삼바도 없어서 못 사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아디다스가 다양한 종류의 삼바를 대량으로 찍어냈다. 현재 희소한 패션 아이템이기 보다는 신기 편한 대중적인 신발로 여겨진다. 구매는 쉬워졌지만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전반적인 사람들의 관심도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예와 결별하면서 이지 브랜드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 패션 디자이너 제리로렌조와 손을 잡았고 올해 피어오브갓 협업 라인을 국내에도 선보였다. 반응은 이지 시리즈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신발 제품은 지금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

기능성을 강조한 살로몬 XT-6 GTX.

다른 브랜드의 경우 골든구스와 알렉산더 맥퀸(오버솔)은 존재감이 사라진 수준이고 구찌 라이톤이나 디올 오블리크 라인도 반짝 유행만 남기고 지나간 모습이다. 어글리·청키 스타일 슈즈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발렌시아가 트리플S(후속 트랙트레이너 포함)와 미하라야스히로도 힘이 빠졌다. 뉴발란스는 다른 브랜드보다 기복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고 흐름은 타면서도 상대적으로 꾸준한 모습이다.

이렇게 스니커즈 양대 거물과 유행했던 제품들이 주춤하는 사이 트렌드는 또 빠르게 변화했다. 국내에서는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20~30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스니커즈 트렌드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힙(hip)’한 제품으로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채로워지더니 최근에는 고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1~2년 전부터 가장 매섭게 떠오른 브랜드로 프랑스 태생 ‘살로몬(SALOMON)’이 꼽힌다. 스니커즈 시장에서 주춤했던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틈새를 파고들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호카와 온러닝, 킨, 로아하이킹 등 생소한 브랜드도 덩달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규모 면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국내 매출을 비교하면 나이키는 조 단위고 살로몬은 백억 단위다. 다만 나이키도 ACG라는 아웃도어 특화 라인을 전개 중이고 최근 몇 년간 공 들인 점을 감안하면 살로몬의 기세가 꽤 의미 있어 보인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주요 영역 중 하나인 레깅스와 운동복 시장에서 룰루레몬이 강세를 보인 사례와 비슷하다.

살로몬 XT-6 GTX. 일반적인 등산화와 달리 날렵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투박하고 딱딱한 부츠 스타일 등산화가 떠오른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살로몬 제품은 등산화처럼 단단한 밑창(아웃솔)을 갖췄지만 날렵한 실루엣을 갖췄고 발목 부분도 짧다.

살로몬은 지난 1947년 프랑스 알프스에서 시작된 브랜드라고 한다. 프랑스 안시 시내에서 목공 톱 및 스키에지 공방 운영으로 시작해 스키 등 겨울 스포츠 장비와 아웃도어 장비를 생산했고 신발과 배낭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5년에는 핀란드 소재 스포츠웨어 기업 아머스포츠에 인수돼 운영되고 있다. 아머스포츠는 살로몬 외에 아크테릭스와 윌슨, 아토픽 등 다양하 스포츠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에는 중국 스포츠웨어 업체 안타스포츠가 아머스포츠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국내 사업은 아머스포츠코리아가 담당하고 있다. 아머스포츠코리아는 설립 당시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투자한 패션 업체 지비지에치(GBGH)와 아머스포츠 본사가 합작법인으로 운영 중이다. 아머스포츠 글로벌 본사의 경우 최대주주인 중국 안타스포츠가 주도해 미국 증시 상장(기업공개, IPO)까지 추진하고 있다. 수요 예측에서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아크테릭스와 살로몬 등 대세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잠재력을 세계 시장에 알렸다는 평가다.

살로몬 XT-6 GTX.

살로몬 XT-6 GTX 직접 신어보니… “일상에서도 편한 등산화 같지 않은 등산화”
국내에서는 1~2년 전부터 살로몬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타고 상승세에 진입하고 있었던 셈이다. 아웃도어나 등산화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살로몬을 통해 요즘 대세인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해봤다. 살로몬 XT-6 GTX(블랙/실버 컬러)를 구매해 신어봤다. 등산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등산이나 운동보다는 일상생활 용도다. 가격은 28만 원이고 공식 홈페이지 할인, 기타 판매처 할인 등을 통해 20만 원 중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현재 해당 제품은 공홈에서 품절된 상태다. 작년 출시된 제품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 재고가 모두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지색 다른 컬러도 공홈에서는 완판된 상태다.

살로몬 XT-6 GTX 밑창. 등산화처럼 울퉁불퉁한 구조다.

살로몬 XT-6 GTX는 브랜드 시그니처 모델인 ‘XT-6’에 방수 기능이 우수한 고어텍스 소재가 더해진 제품이다. GTX는 고어텍스를 의미한다. XT-6는 XT-4와 함께 패션용으로도 가장 많이 구입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살로몬은 XT-6를 ‘스포츠스타일’ 항목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아웃솔 구조나 소재, 무게 등을 감안하면 하이킹이나 트레일러닝용으로도 적합하다.

전체 실루엣은 매끈하고 날렵하다. 등산화인 만큼 얇고 가볍거나 왜소한 크기는 아니지만 상단(어퍼)부분을 밑창보다 좁게 다듬어 날렵한 전반적으로 실루엣을 구현했다. 실제로 아디다스 삼바와 비교하면 덩치가 꽤 크다. 나이키 줌보메로5, 줌스피리돈케이지2 등과 비슷한 크기다. 아디다스 피어오브갓 로스앤젤레스보다는 작다.

살로몬 XT-6 GTX(아래)와 아디다스 삼바.

살로몬 XT-6 GTX(왼쪽 블랙계열)와 나이키 줌보메로5.

상단부분 전체를 휘감는 라인 패턴 디자인은 살로몬 특유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라인 패턴은 빛을 반사하는 스카치 소재는 아니다. 단순한 프린트로 이뤄졌다. 험하게 신으면 프린트가 지워질 것 같다. 중창 등 곳곳에는 기능성을 강조한 소재나 기술 이름이 더해졌다. GTX 모델은 방수 특화 소재인 고어텍스 전용 텝과 문구를 넣어 다른 제품과 차별화했다. 새로운 경량 친환경 고어텍스 소재를 활용해 방수 기능을 높이면서 통기성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밑창은 험로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그립을 높이기 위해 울퉁불퉁한 구조로 이뤄졌다. 고무처럼 탄성이 있는 TPU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는데 내구성이 우수한 소재라고 한다. 깔창은 오솔라이트라는 직물 소재를 사용해 쿠션 기능을 높이면서 통기성까지 고려했다.

살로몬 XT-6 GTX(위)와 나이키 줌스피리돈케이지2.

살로몬 XT-6 GTX(위)와 아디다스 피어오브갓 로스앤젤레스.

전반적으로 화려한 디자인은 기존 어글리·청키 슈즈 스타일이 조금 더 날렵하게 진화한 인상을 준다. 아웃도어보다 일상용 신발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 부분이 소비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처음 신어보면 발을 부드러우면서도 조금 압박감 있게 감싸는 느낌이다. 독자적인 신발끈 시스템인 퀵레이스(Quicklace)는 끈을 묶는 방식이 아니라 간편하게 조이거나 푸는 방식이다. 퀵레이스를 최대한 풀어도 착용감이 느슨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발을 고정시키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퀵레이스는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매우 편리하다.

살로몬 XT-6 GTX. 약간 통이 있는 청바지와 함께 착용한 모습.

사이즈는 정사이즈로 갔다. 보통 발볼이기 때문에 정사이즈도 잘 맞는다. 반이나 한 사이즈 크게 신으면 신발 앞쪽이 남을 것 같다. 쿠션은 푹신한 편이지만 물렁거리지는 않는다. 땅을 지지할 때는 단단하게 받쳐준다. 장거리 하이킹을 고려한 착용감으로 볼 수 있다. 나이키 줌보메로가 살로몬 XT-6보다 푹신하고 물렁물렁하기 때문에 짧은 구간에서는 나이키 줌보메로를 신었을 때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겠다. 상단부에 메시 소재처럼 보이는 직물 소재가 적용됐지만 방수 제품인 만큼 통기성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줌보메로의 경우 걸으면서 바람이 통하는 게 느껴지는 수준인데 XT-6는 그 정도는 아니다.

조거 팬츠와 함께 신어본 살로몬 XT-6 GTX.

패션 관점에서는 최신 아웃도어룩으로 볼 수 있는 ‘고프코어’ 스타일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고프코어 스타일로 일명 낙하산바지로 불리는 파라슈트 팬츠와 XT-6를 곧잘 조합하는 모습이다. 고프코어 트렌드가 스트리트 패션 주류로 등장하면서 살로몬이나 아웃도어 스니커즈가 함께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살로몬 XT-6의 경우 적당히 통이 있는 청바지나 스포티한 조거 팬츠와도 꽤 잘 어울린다. 다만 스키니진이나 통이 좁은 바지는 추천하지 않는다. 살로몬 XT-6는 앞코가 들려진 디자인인데 통이 좁은 바지와 조합하면 흡사 ‘알라딘 신발’처럼 보일 수 있다.

직접 제품을 경험해보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패션 트렌드와 함께 성장한 아웃도어 스니커즈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편안한 착용감을 갖췄고 기능성에 역점을 둔 브랜드 기술과 헤리티지까지 소유하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갑작스럽게 외부활동이 잦아지면서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심리도 일정부분 고기능성 아웃도어 브랜드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살로몬 XT-6 GTX. 통이 큰 청바지와 함께 착용해 본 모습.

살로몬 XT-6 GTX.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