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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가락 없는 열세살 정우 “내 꿈은 손흥민”

입력 | 2024-05-04 01:40:00

내일 어린이날… 힘겨운 환경 뚫고 키우는 희망



왼손에 손가락이 없는 김정우 군이 오른손으로만 휴대전화를 다루고 있다. 정우의 어린이날 소원은 축구화를 선물 받는 것이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전북 익산시에 사는 김정우(가명·13) 군은 태어날 때부터 왼손 손가락 5개가 전부 없었다. 사람들은 그런 정우를 ‘주먹손 아이’라고 불렀다. 철없는 친구들은 정우의 손을 신기해했다. 그때마다 정우는 왼손을 주머니에 숨기기에 급급했다.

정우를 혼자 돌보는 어머니는 몸이 불편해 주 3회 병원 진료를 받는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 달에 170만 원인 기초생활 생계급여가 모자의 유일한 수입이다. 수년간 제대로 된 월세방도 구하지 못해 여관방을 전전했다. 지난겨울 그나마 두 가족이 누울 수 있는 쪽방을 얻었다. 정우의 방엔 햇볕이 들지 않아 항상 형광등을 켜놔야 했고, 한겨울엔 온전한 오른쪽 한 손으로 찬물로 설거지했다. 하지만 정우는 개의치 않았다. 추운 날씨에 짐 가방을 들고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돼서다.

그런 정우가 올 1월엔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모아준 주거지원금 1500만 원 덕분이었다. 이사하는 날 정우는 “이제 더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정우에게도 이번 어린이날(5일) 소원이 하나 생겼다. 축구화를 선물 받고 싶다는 소망이다. 멀끔한 새 축구화를 신고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뛰어놀고 싶고, 더 나아가 손흥민처럼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강원 횡성군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허수진(가명·11) 양도 연예인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수진이가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할머니가 에어로빅 교실과 오디션, 소년체전 등에 데리고 다니며 수진이의 꿈을 북돋워 주고 있지만 경제적인 사정은 녹록지 않다. 소득 없이 빚을 계속 내는 아버지 탓에 대출 이자만 늘고 있어서다. 수진이는 “춤을 잘 추는 연예인이 돼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나이가 먹어도 쭉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21년째 매년 평균 1500가구와 복지시설 40곳에 난방비 지원을 해오고 있지만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꿋꿋하게 꿈을 키워가는 정우와 수진이 같은 어린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