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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방심위에 신중하라 지시”… 부적절한 말이지만 오죽했으면

입력 | 2024-05-03 23:24:00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심의 결과 줄줄이 중징계를 받은 데 대해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신중하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수석은 어제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논란에 대해 “무더기 징계가 결국은 대통령이 좋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들께 보이는 현상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 수석의 이날 발언은 대통령 부부에 대한 방송 보도와 논평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에 담긴 권위주의적인 언론관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방심위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민간 독립기구다. 9명의 심의위원은 대통령과 국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는데 이는 국민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함이지 추천자를 대변하라는 뜻에서가 아니다. 관련법에는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신분보장 조항도 있다. 대통령이 방심위에 이런저런 지시를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자유주의 언론관에서 한참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홍 수석의 발언은 유감이나 오죽했으면 대통령실에서 ‘신중하라’는 말이 나왔겠나 싶을 만큼 방심위가 대통령 비판 보도에 유독 혹독한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 보도 등이 무더기로 중징계를 받았다.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보도에 방심위나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중징계를 내린 사례가 6건이다. 일부 균형감을 잃은 보도가 있었다고 해도 최고 권력자를 감시하는 보도에 대해 재허가에 불이익을 주는 중징계를 하는 것이 비례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실도 ‘대통령 부부는 건들지 말라’는 식의 ‘입틀막’ 심의 논란이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왜곡 편파 보도를 걸러내야 하는 방심위가 양쪽에서 편파 심의를 경계하라고 지적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제 발표된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62위로 지난해보다 15단계 하락했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언론 환경이 ‘문제 있음’으로 전락했다. 언론자유 순위 추락에 정부와 방심위의 책임은 없는지 모두 자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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