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병원 88곳 중 87곳 정상 운영 의사들 “진료 일정 갑자기 못 바꿔” 정부 “전공의 복귀 조금씩 늘어” 중증환자 전문병원 보상강화 제안
피켓 시위하는 의사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이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가톨릭대와 울산대 등 전국 9개 의대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한 3일 소속 병원 24곳 대부분에서 별다른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됐다. 환자들의 진료 취소, 예약 변경 등이 쉽지 않아 실제 휴진한 교수는 소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진료 일정을 사전에 조율하고 휴진하는 교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0일에는 전국적인 휴진이 예정돼 있다. 진료 재조정으로 주 1회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휴진 예고에도 대부분 정상 진료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으나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휴진을 하지 않은) 지난주 금요일과 비교했을 때 진행된 진료와 수술 건수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 소속 병원 8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휴진으로 일정을 바꾼 교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성모병원은 홈페이지에 정상 진료를 한다는 내용을 게시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국 40개 의대 소속 88개 병원 중 87개 병원이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방문한 韓총리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를 방문해 투병 중인 어린이 환자를 격려하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과 관련된 한 총리의 의료 현장 방문은 이번이 12번째다. 한 총리는 이날 “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와 수술 지연으로 큰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뉴시스
● “갑작스럽게 진료 일정 변경 못 해”
병원에 남아 진료하는 의사들은 “진료 일정을 갑작스럽게 조율할 수 없어 휴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의 한 교수는 “오전 내내 외래 환자를 진료했다”며 “오히려 암 환자 3명에 대한 수술 일정까지 새로 잡았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안도했다. 한 환자는 “휴진 소식을 듣고 내심 불안했는데 진료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안도했다”며 “환자들의 방문이 줄어 병원이 한적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런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등 4명도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4명 모두 병원을 떠나지 않았으며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일주일 전에 휴진을 결정해 현실적으로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매주 금요일에는 수술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휴진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중증 환자 진료 전문병원에 보상 강화”
2월 말부터 석 달째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중 일부는 병원으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일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최근 전공의 일부가 환자 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전임의 계약률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 소속 레지던트 9994명 중 596명(6%)이 현장에 남아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의 577명보다 이틀 새 19명이 늘었다. 실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선 지난달 전공의 10여 명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지던트 마지막 해인 경우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에 복귀해야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복귀자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4년 차 레지던트는 “지금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전공의들이 있다. 일부는 이달 복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