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 법안, 개원 즉시 재추진” 취임 일성으로 對與 강공 선언 단독출마 당선, 19년만에 처음
22대 국회에서 171석의 원내 1당을 이끌 더불어민주당의 첫 원내대표로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의원(3선·인천 연수갑·사진)이 선출됐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친명계 내부 교통정리 끝에 단독으로 입후보해 찬반 투표를 거쳐 뽑혔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경선 없이 단독 후보로 원내대표에 출마해 당선된 사례는 2005년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 이후 19년 만이다.
민주당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2대 국회 당선인 총회를 열고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민주당 소속 당선인 171명 중 170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박 신임 원내대표는 과반 득표로 선출됐다. 민주당은 득표 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수갑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박 원내대표는 회계사 출신으로, 이 대표의 대선 후보 시절 캠프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최근까지 최고위원직을 맡았던 대표적 ‘찐명’(진짜 친명) 인사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에 앞선 정견 발표에서도 “이 대표와의 강력한 투톱 체제로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일하면서 싸우는 민주당,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 국민께서 정치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직접 후보 교통정리”… 친명 원내대표 사실상 추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선출
19년만에 단독 출마… 토론도 생략
朴 “이재명 대표 기치로 똘똘 뭉쳐야”… 李 “당론 반대로 법안 멈춰선 안돼”
원내지도부도 친명계 일색 구성
19년만에 단독 출마… 토론도 생략
朴 “이재명 대표 기치로 똘똘 뭉쳐야”… 李 “당론 반대로 법안 멈춰선 안돼”
원내지도부도 친명계 일색 구성
민주당 ‘투톱’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이재명 대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일하면서 싸우는 민주당,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 국민께서 정치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다. 뉴스1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첫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된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일성부터 자신이 단독 입후보하고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유를 이같이 설명하며 “당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당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직접 친명계 후보군을 교통정리하며 박 원내대표의 단독 출마를 지원했다. 당내에서는 “박 원내대표는 과거 김대중(DJ) 총재 시절 원내총무처럼 이 대표의 의중을 따를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 대표 일극체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단독 입후보한 후보가 당선된 것은 2005년 정세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단독 입후보한 이후 19년 만이다. 정 의원의 경우 당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구원투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에서 압승한 정당에서 원내대표를 사실상 추대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로 평가된다. 박 원내대표가 단독 출마하면서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 절차도 생략됐다.
당초 4선 김민석 서영교 의원을 비롯해 3선 김병기 김성환 박주민 한병도 의원 등이 출마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박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사실을 직접 언급하고, 일부 후보자에겐 사실상 불출마를 권유하는 등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친명계 재선 의원은 “이전 비명(비이재명)계 원내대표처럼 본인 소신을 앞세워서 헛발질하는 행태는 안 된다. 지금은 이 대표의 의중을 잘 알고 실행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박 원내대표는 이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원내대표의 위상이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의 원내총무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과거 원내총무는 대체로 당 총재가 지명하는 만큼 총재 대리인의 성격이 강했다. 다만 2003년 민주당에서 분당한 열린우리당이 ‘원내 정당’을 강조하며 원내총무를 없애고 원내대표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원내대표 위상이 당 대표와 동급으로 강화됐다. 당 대표가 당 전반을 아우르고,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내 현안을 총괄하는 ‘투톱’ 체제가 된 것.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엔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를 콕 찍어 앉힌 그림이라 박 원내대표가 이전 원내대표들처럼 이 대표와 의견 대립을 보이거나 본인 의지대로 업무를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李 “당론 반대로 법안 멈추는 일 없어야”
이 대표도 이날 박 원내대표를 선출한 당선인 총회에 참석해 12분간의 발언을 통해 “(21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 버리는 그런 일을 봤기 때문에 그건 정말로 옳지 않다”면서 “새로 당선된 분들은 그런 일이 최소한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내 기강 잡기에 나섰다. 이 대표도 올해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임 원내 지도부도 강성 친명계 일색으로 구성됐다. 이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던 박성준 의원(재선)은 이날 원내운영수석부대표로 보직을 이동했다. 강성 친명계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재선)은 원내정책수석부대표로 임명됐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원내대표가 법사위와 운영위를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고 한 것은 22대 국회에서도 일방적으로 독주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거대 야당 마음대로 국회를 쥐고 흔들어도 된다는 것으로 총선의 민의를 생각했다면 분명한 착각”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