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나이 20년 이상 차이 나면서도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을까? 체력 기술 등을 감안한다면 축구 야구 농구 등 거친 스포츠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배드민턴은 달랐다. 박청호 고양배드민턴클럽 고문(74)은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20년 넘게 젊은 후배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2000년 배드민턴에 입문한 그는 매일 3시간 가까이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어느 날 지나가다 비닐하우스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분을 봤어요. 셔틀콕을 넘기는 게 쉬워 보였죠. 제가 운동에서는 한 가닥한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게 봤죠. 라켓을 달라고 해서 쳐봤는데 쉽지 않았죠. 셔틀콕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세게 치는 것도 안 됐죠. 그래서 오기가 나서 치기 시작했죠.”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포즈를 취했다. 박 고문 뒤에 지난해 열린 제34회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배드민턴 혼합복식 70대부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고문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사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뭐 어떤 대회든 잘하기 위해선 자기 실력만 좋아선 안 됩니다. 파트너의 실력도 좋아야 합니다. 같은 동호회에서도 찾기도 하지만 소문 듣고 다른 동호회에 가서 쳐본 뒤 계속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이사 가는 사람도 있죠. 전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지만 다른 동호회에 실력 좋은 분 있으면 기꺼이 호흡을 맞추기는 합니다.”
배드민턴은 얼마나 해야 고수가 될까?
“배드민턴은 운동 신경을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연륜이 중요합니다. 힘과 기술보다도 얼마나 쳤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상대를 분석해야 하고 상대의 플레이에 따라 전략 전술을 변경하면서 해야 합니다. 다양한 잔기술도 써야 하죠. 최소 5년은 꾸준하게 쳐야 좀 친다는 소리 듣습니다.”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몸 이곳 저곳을 돌려주고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그는 “언제든 라켓을 휘두를 수 있는 몸을 만든다.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지기 때문에 관절을 잘 돌려주고 근육을 풀어준다”고 했다. 3km짜리 가벼운 아령으로 팔과 어깨 근육도 강화시킨다.
박 고문은 고양배드미턴클럽 최고수다. 그는 “전 40, 50대랑 쳐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 이상 배드민턴을 친다. 늘 선수들 플레이를 보고 연구해 응용한다. 그는 “과거 남자 국가대표였던 하태권을 좋아했고, 지금은 여자 국가대표 안세영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고 했다.
박청호 고문(왼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치면서 체중 75kg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지속적인 체력, 빠른 풋워크 등이 필요한 전신운동으로 근육 발달, 유연성 강화 등에 도움이 되면서,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되는 스포츠다.
박청호 고문(오른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70kg 체중인 사람이 배드민턴을 친다면 20분에 171.5 kcal을 소비하게 된다. 경기장 너비가 6.1m이고 거리가 6.7m인 박스 안에서 빠른 움직임을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소모하는 에너지량은 더욱 많다. 이런 이유로 약 20~25분 정도가 소요되는 1게임을 하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때문에 체중감량에 매우 좋은 운동이다.
박청호 고문(오른쪽)이 한 배드민턴 대회에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박청호 고문 제공.
“가장 중요한 게 초보자들 대우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에선 실력 있는 회원이 초보자들과 난타를 잘 쳐주지 않아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달라요. 저부터 솔선수범해 초보자들에게 난타를 쳐줍니다. 그래야 초보자들도 재미를 느끼고 클럽에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양시 고양동 토박이인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 회장까지 역임한 뒤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여기가 제 평생 놀이터다. 누워있지 않고 라켓을 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나와서 회원들과 어울려 칠 것”이라며 웃었다.
박청호 고문이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치고 있다. 2000년 배드민턴에 입문한 그는 매일 3시간 가까이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