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주자 하이브 업계 1위로 만든 치열한 내부 경쟁 시스템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폭로전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양측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법정 공방 핵심은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죄’ 성립 여부다. 하이브는 4월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임시주총 허가 신청을 냈다. 같은 날 민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이브와 맺은 주주간계약이 ‘노예계약’이라면서 “경영권 찬탈을 의도하거나 기획, 실행한 적이 없으며 직장 생활을 하다가 푸념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이 과정에서 “시XXX” “개저씨” “등X” 등 비속어를 거침없이 사용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담긴 카톡 대화도 공개했다.
취약한 내부 의사소통 문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유무죄에 따라 하이브가 취득할 민 대표 지분 금액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원래대로라면 민 대표는 최대 1000억 원 수준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배임이 인정되면 주주간계약 위반을 근거로 하이브에 액면가 수준으로 지분을 넘겨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만으로는 민 대표가 배임으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거나 어도어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엔터업계 멀티레이블은 대기업이 자회사를 여러 개 두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구조는 회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아티스트들이 동시에 활동할 수 있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올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는 1월 투어스(플레디스)를 시작으로 2~3월 르세라핌(쏘스뮤직), 3~4월 아일릿(빌리프랩), 4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빅히트뮤직)와 보이넥스트도어(KOZ엔터테인먼트) 등이 연이어 앨범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회사 수장이 모든 소속 아티스트를 총괄하는 과거 SM·JYP·YG 시스템에서는 한 번에 한두 아티스트만 활동할 수 있었다. 특히 멀티레이블 구조를 가진 엔터사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색을 드러내고 무엇보다 성과를 명확히 할 수 있어 레이블 간 경쟁 유도가 가능하다. 다만 멀티레이블은 아이돌 중심의 K팝 특성상 내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베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멀티레이블은 모회사와 의사소통에 취약하다. 레이블에 경영 전략을 전달하면 레이블 측에선 경영 간섭으로 여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어도어는 하이브 측에 경영 독립을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어도어는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이 담긴 주주간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 해임안 상정될 듯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 갈등은 법원의 임시주총 허가 여부로 갈릴 전망이다. 임시주총에는 민 대표 해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가 임시주총에서 얼마든지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있다. 다만 민 대표가 ‘업무상 배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하이브를 상대로 민사상 주총 결의 무효 확인 소송 또는 이사 지위 확인 가처분소송 등을 낼 수 있다. 법원에서 임시주총 허가까지는 적어도 두 달이 걸릴 예정이다.
논란이 터진 이후 하이브 주가는 12%가량 급락하며 1조1800억 원 가량의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 다만 뉴진스의 ‘Bubble Gum(버블검)’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4월 27일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시주총 개최까지 최소 8~9주가 소요될 예정이라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되면 주가는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뉴진스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된 만큼 이번 음반 판매량은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뉴진스는 2025년까지 월드투어가 예정돼 있어 앨범 1~2장을 추가로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여진 주간동아 기자 119ho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