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라인업에도 시즌 초반 하위권 맴돌아 시즌 막판부터 반등해 5위팀 사상 최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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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발동이 걸린 ‘슈퍼팀’ 부산 KCC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정규리그 5위팀으로는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KCC는 5일 수원 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를 88-70으로 제압했다.
적지에서 1승 1패를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가 3, 4차전을 내린 이긴 KCC는 또다시 적지로 이동해 펼친 5차전을 승리로 장식,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친 KCC는 6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서울 SK를 3연승으로 꺾었고, 4강 PO에서는 정규리그 1위팀 원주 DB를 3승 1패로 따돌렸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정규리그 3위팀 KT를 잡고 우승 기쁨을 누렸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KCC는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정규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이 KCC가 슈퍼팀을 구성했다며 우승 후보로 꼽았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허웅, 이승현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KCC는 라건아까지 더해 국가대표 라인업을 구성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FA로 풀린 2021~2022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최준용까지 데려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슈퍼팀’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었다.
최준용이 시즌을 앞두고 치른 KBL 컵대회에서 다쳐 시즌 첫 5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으로 빠졌다.
시즌 초반에는 기존 에이스인 허웅과 이승현이 나란히 컨디션 난조를 겪으면서 부진이 깊어졌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 이후에도 서로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조직력에서 헛점을 노출했다.
그러나 KCC는 정규리그 막판부터 슈퍼팀의 위용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화려한 라인업을 이룬 선수들의 호흡이 조금씩 맞아간데다 전창진 감독이 선수들의 ‘얼리 오펜스’(빠른 공격 전개)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매서운 공격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부진으로 자존심에 금이 간 선수들의 분발도 정규리그 막판 KCC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KCC는 끝내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했지만, 단기전에서 ‘슈퍼팀’의 위용은 한층 빛을 발했다. 특유의 빠른 트랜지션을 이용한 얼리 오펜스에 상대 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라건아와 허웅, 최준용, 송교창이 모두 득점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KCC와 계약이 끝나 한층 이를 악물고 봄 농구 무대(플레이오프)에 나선 라건아는 평균 22득점, 12.3리바운드로 골밑을 지배했다.
허웅도 평균 17.3득점, 4.2어시스트를 올리며 에이스 면모를 뽐냈고, 경기당 1.1개의 스틸을 해내며 KCC의 빠른 농구를 지휘했다.
최준용과 송교창도 각각 평균 13.4득점, 11.5득점으로 활약하며 KCC가 슈퍼팀 면모를 뽐내는데 힘을 더했다.
PO를 앞두고 전 감독은 “한 팬이 꽃을 한 송이 선물해주며 꽃말을 아느냐고 묻더라. ‘기적’이라고 하셨다. ‘KCC는 기적이 일어나야 뭔가 이뤄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며 “5위해서 우승까지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슈퍼팀 KCC는 사령탑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프로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쓰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