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수도권 수요 높지만 지역 주민들 민원 쇄도에 막혀 안양-용인 등서 잇달아 무산돼 건설사들 “전자파 문제없어” 곤혹
데이터센터 내부에는 컴퓨팅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서버, 케이블, 랙(선반) 등이 설치돼 있다. 네이버 제공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데이터센터 몸값이 치솟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인허가를 받은 2곳 중 1곳꼴(수도권 기준)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은 주택 시장 대신 ‘새로운 먹을거리’로 데이터센터를 주목하던 건설사들도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사업이 지연되는 건 대부분 데이터센터를 위해시설로 보는 주민 민원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까지 불리는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해 발전소로부터 초고압선을 인근까지 끌어와야 한다. 15만4000V(볼트)에 이르는 초고압선 매설로 전자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우려다. 또 서버 등 장비를 식히기 위해 다량의 물을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자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 사업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효성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창고 부지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닥쳐 지난해 9월 사업철회서를 시에 제출했다. 네이버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다가 주민 반발로 대상지를 세종으로 옮겨 준공했다. GS건설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데이터센터에 대한 건축 인허가를 받았지만 고양시가 지난달 ‘직권취소 검토’를 발표해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건설사는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데이터센터 사업이 난항을 겪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되자 도심 재건축 현장에서도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곳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대림은 호주 데이터센터 기업 DCI와,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기업인 디지털에지와 각각 손잡고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건설사 등은 일단 설명회를 뒤늦게 개최하는 등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덕이동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예상되는 전자파 최댓값은 전력 인입로에서 13.82mG(밀리가우스)로 가정용 전자레인지(29.21mG)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소음 수준은 승용차 운행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상부에 수증기가 연기처럼 내뿜어지는 백연현상은 냉각탑 없이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는 미래 인프라로 여겨지는 만큼 주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무조건적인 반대를 표시하지 않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도년 성균관대 미래도시공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도로, 철도, 공항 등 기존 인프라 이상으로 중요해졌다”며 “지역 주민을 설득하되 일부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적절하게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