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집 안 가요’라는 아가씨의 말, ‘본전도 안 남아요’라는 상인의 말, ‘이제 그만 죽어야지’라는 어르신의 말이 세상 3대 거짓말이라는 오랜 유머가 있다. 나는 여기에 ‘저희 집처럼 해드릴게요’라는 도배사의 거짓말을 하나 더 보태고 싶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무턱대고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정작 도배사의 집이 완벽하게 도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도배를 하면서 내가 도배한 곳에 누군가 들어와 살게 될 생각을 하면 보람이 있다. 공간에 관심이 많고 특히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늘 생각하는 편이기에 내가 작업한 곳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하지만 정작 내 공간과 내 쉼에 대해서는 많이 놓치고 있었다. 늘 지쳐 있었기 때문에 내 방 내 집의 도배는 마감 불량이어도 못 본 척 지나쳤고, 바쁜 일에 치여 온전하게 쉼을 누려야 할 내 공간을 돌보고 가꿀 여유가 없었다.
사실 공간을 채우는 것 말고도 스스로 돌보아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 하고, 취미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위한 시간도 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은 직업 활동이나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다른 일과는 달리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더 미뤄 왔던 것 같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간을 쓰고 때로는 돈도 쓰고 공을 들여야 한다. 나는 이제야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잘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며 사는 일, 나다운 삶의 시작이 아닐까.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