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렇듯 음주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치료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주류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진료실에서 유독 자주 듣는 변화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단연코 ‘혼술’이다.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환자분들이 유독 늘어났다. 원인인지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혼술에 대한 대중문화 콘텐츠들도 눈에 많이 띈다. 드라마, 유튜브 등을 가리지 않고 등장인물이 혼자 술을 마시고, 역시 혼자 술 마시며 시청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코로나19 시기에 외로움과 적적함에 혼자 음주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게 생활 패턴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도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다. 그리고 다들 이렇게 되묻는다.
흔히들 혼자 조금씩 음주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술의 경우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더 높다. 자신의 느낌상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는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미국의 18세 청소년 1만5000명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을 때, 혼술 하는 사람이 30대 중반에 알코올 사용장애를 겪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큰 트렌드는 술 종류의 다양화이다. 예전에는 소주, 맥주 정도만을 찾았다면 이제는 위스키, 와인 등 더 다양한 술이 대중화되었다. 동시에 도수가 낮아져 가벼움과 맛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소주 도수는 계속 낮아지며, 도수 높은 위스키를 탄산수에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유행을 끌고 있고, 향이 첨가된 술도 많다. 이는 마케팅 타깃이 기존 주류 시장의 충성 고객인 남성에서 젊은 여성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더 많은 여성이 음주의 세계로 편입하고 있다. 기존 연구에서 항상 남성이 2배 이상의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을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꾸준히 그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20, 30대 여성들의 고위험 음주율이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음주한다고 해서 모두가 알코올 사용장애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신경성 성격을 띤 생각이 많은 사람과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더 위험하게 술에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이 이런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한다면 혼술을 더욱 조심하고, 낮은 도수의 술이라고 방심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음주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활동을 찾기를 권한다. 아마도 그것이 스스로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5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1만 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