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비둘기 2009년 유해 동물 지정 올림픽 등에 동원되며 도심 유입 개체수 폭증해 피해 민원 늘고, ‘토종 텃새’ 낭비둘기 멸종 위기 내년 ‘먹이 주기 금지법’ 시행…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
도심에 집비둘기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한 민원도 늘고 있다. 최근 개정된 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등은 집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12월 개정돼 내년 1월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일명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법’을 두고 찬반 의견이 분분합니다. 환경부가 발표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유해 야생동물 먹이 주기를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규정을 어길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도시 경관이 깨끗해질 거라며 환영하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법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 평화의 상징에서 유해 동물로
2009년 환경부는 도심에 거주하는 집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유해 야생동물은 농업 등을 방해하는 고라니와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 등 환경부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한 야생동물을 말합니다. 집비둘기가 지정된 건 ‘일부 지역에 개체수가 너무 많아 털이 날려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고, 배설물이 쌓이면 건물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집비둘기 왜 많아졌나
집비둘기는 원래 중동에선 식량으로, 전쟁 때는 외부에 전보를 보내기 위해 활용되던 새였습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속성을 가진 집비둘기를 얻기 위해 품종 개량을 거듭했고, 그 결과 울음소리와 깃털 색깔 등이 다른 350종 이상의 품종이 만들어졌습니다.
도시에서 집비둘기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사육하던 집비둘기 중 일부가 도망가거나 풀려나면서부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비둘기는1960년대부터 수입됐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되며 도심에 유입됐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최유성 연구원은 “집비둘기는 이미 도시 환경에 적응한 채 국내로 유입돼 일반 야생동물과 달리 개체수가 급격히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급격히 늘어난 외래종 집비둘기가 우리나라 텃새인 낭비둘기를 몰아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 비둘기인 낭비둘기는 1980년대까지 전국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후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2017년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습니다. 낭비둘기 개체수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잡종화입니다. 가까운 도시의 집비둘기가 낭비둘기 서식지로 터전을 옮겨 낭비둘기와 짝짓기를 하고, 그 결과 낭비둘기도 집비둘기도 아닌 잡종이 태어나는 겁니다. 강승구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 잡종 비둘기와 집비둘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비둘기와 인간이 공존하려면
다른 나라도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202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 수의과대 카를로스 곤살레스 크레스포 연구원팀은 불임 모이를 집비둘기에게 3년 동안 준 결과, 바르셀로나의 집비둘기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이경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집비둘기가 아닌 다른 동물이 불임 모이를 먹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위적인 개체수 조절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정진아 사회변화팀장은 “민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집비둘기를 없애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법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장효빈 robyne98@donga.com
배하진 어린이과학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