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대로변 1층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가 역시 공실인 채로 전 임차인이 버리고 간 폐기물만 쌓여 있다. 금융권 대출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올해 들어 1만 명 넘게 급증했고, 1인당 채무액은 2년 전보다 4000만 원가량 늘었다. 이훈구 ufo@donga.com·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위기 때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대출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7만2800여 명으로,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말에 비해 2.9배로 늘었다. 특히 올 들어서만 이 같은 부실 자영업자가 1만 명 넘게 증가했다. 끝날 기미가 없는 고금리, 고물가와 내수 침체 속에 빚으로 연명하던 자영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 버팀목이 됐던 정부 지원책 중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 종료되면서 누적된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1109조 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액(27조 원)은 1년 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사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 빚이 양적, 질적으로 모두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폐업을 택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문 닫은 외식업체는 17만6000여 곳으로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자영업자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도 지난해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은 10명 중 8명꼴이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여전히 전체 취업자의 2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영업 부실이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가계는 물론이고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대출자 상황에 맞는 선별적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다른 일자리를 찾아 옮겨 갈 수 있도록 폐업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 때보다 더 버티기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