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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아들이 달아준 것 같아요”…카네이션 보며 눈시울 붉힌 장기기증 유가족

입력 | 2024-05-07 09:19:00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홍우기 씨(왼쪽)와 심장이식인 김상훈 씨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3일 오전 11시경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 공간 방문’ 행사를 진행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떠나간 우리 아들이 내게 달아준 것 같아요. 기분이 묘하지만 행복하네요.”

장기기증인 유가족 홍우기 씨(75)는 3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가슴에 달린 카네이션을 매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전 11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가정의 달을 맞아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 공간 방문’ 행사를 열고 장기기증인 유가족 25명에게 카네이션과 감사 선물을 전달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7일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유가족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 김상훈 씨(28)는 심장이식 수혜자다. 희귀난치성 심장병을 앓던 그는 2020년 5월 뇌사 기증자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김 씨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제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게 된 건 기증인 덕분”이라며 “힘든 결정을 내려준 기증인 유가족분들의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3일 오전 11시경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있는 국내 첫 장기 기증 기념 조형물 앞에서 장기기증 유가족들과 이식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이날 행사에 참여한 유가족 김매순 씨(69)와 박상규 씨(73) 부부는 2007년 7명의 환자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아들 박진성 씨(당시 27세)를 떠올리며 “다른 사람을 통해 아들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장기기증을 받은 이들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2월 말부터 모금한 돈으로 장기기증자 유가족 200여 명에게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엽 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기증인들이 기억되고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