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정… 고가 보조기 착용 효과 거의 없어 3세 이후에도 점점 악화하거나, 또래 아이보다 키 유난히 작다면 성장호르몬 결핍 등 질병 의심 나이별 성장판 검사 부위 다르고, 성장 속도 따라 오차 발생 가능성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린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보이는 휜 다리는 대부분 정상이다. 이를 ‘생리적 휜 다리’라고 하는데 만 2세 이전의 O자 다리나 만 3∼5세의 X자 다리는 정상일 가능성이 높다.
정상 성장하는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O자 다리로 보이는데 이는 아이가 엄마 배 속에서 웅크리고 있으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자세이기 때문이다. 이랬던 다리가 만 2∼3세 이후 X자 다리로 바뀌고
만 5∼7세 무렵 곧은 다리가 된다. 이 변화 자체가 정상이므로 교정할 필요가 없다. 즉, 만 2세 이전의 O자 다리나 만 3세 전후 X자 다리에서 휜 다리 모양이 대칭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지면 대부분 정상이다.
성장판 등에 이상이 있거나 질환에 의한 휜 다리일 가능성이 있으니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휜 다리에 보조기, 깔창 효과 있을까?
휜 다리에서 보조기 효과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건 성장판에 이상이 있는 블라운트씨병(근위 경골 내측 성장판의 이상) 하나다. 그 외의 일반적인 휜 다리에는 오히려 보조기의 힘이 잘못 작용할 수 있다. 휘는 힘이 뼈에 작용하기보다는 뼈 사이의 관절을 비트는 힘으로 작용하기 쉽기 때문인데 이 경우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주게 된다. 또한 아이가 본인 신체에 대해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 옳지 못한 보조기 착용은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X자, O자 다리 외에도 안짱걸음(두 발끝이 안쪽을 향해 걷는 모양)을 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안짱걸음은 만 8∼10세 이전에 자연 교정되며 이에 대해서도 보조기의 효과는 거의 없다. 하지만 몇몇 병원에서는 아이의 휜 다리에 대해 비싼 보조기를 처방하며 ‘지금 보조기를 해주지 않으면 부모의 도리를 벗어나는 것’인 양 보조기 착용을 강요하기도 한다. 실제로 보조기를 처방받고 수년간 채워 놓으면 대부분 아이의 안짱걸음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았어도 좋아진다. 자연 경과가 점점 좋아지는 것인데 이런 아이들에게 보조기를 착용시키고 보조기에 의한 효과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다. 휜 다리에 대한 보조기 사용은 반드시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리의 정렬은 슬개골(무릎 앞에 있는 오목한 뼈)이 정면을 향하게 한 자세로 서서 다리 전체가 포함되는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고관절(엉덩관절)의 중심과 발목 관절의 중심을 이은 선이 무릎의 어느 부분을 지나는지를 통해 결정된다. 이 선이 무릎의 외측을 지나면 다리가 X자로 휘었기 때문이며 무릎의 내측을 지나는 경우 다리가 O자로 휘었기 때문이다. 무릎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비정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아직 어느 정도 이상을 비정상으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조차도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경우 외국에 비해 심한 O다리나 X다리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인데 어릴 때 외견상 O다리 혹은 X자 다리로 보이는 경우에도 엑스레이상 정상 범위의 다리 정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성장하면서 정상적인 모습을 찾게 된다.
미용적으로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게 될 정도거나, 슬개골 불안정성을 보이거나 그 외 여러 가지 이유로 휜 다리에 대한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교정은 수술로만 가능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매우 어릴 때 나타나는 생리적 휜 다리는 수술이나 보조기 없이 좋아지므로 아무런 치료가 필요 없고 만 5∼7세 이후에 본인의 다리 정렬을 가지게 된 이후에는 보조기 등으로는 교정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아이들이 더 어릴 때 보조기를 한다고 해서 다리 정렬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거나 하지도 않는다.
수술을 하는 경우 성장판의 일부를 잡아주는 수술은 수술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여아는 만 11∼13세경, 남아는 만 12∼14세경 수술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술 방법이나 아이 개개인의 성장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저신장증이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어린이 100명 중에서 키가 뒤에서 3번째 미만인 경우를 의미하며 또래 아이들 평균 키에 비해 10㎝ 이상 작은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저신장의 원인은 성장호르몬 결핍과 같은 질병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질병 없이 부모가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이나 체질적으로 늦게 성장하는 체질성 성장 지연이 가장 흔하다.
성장판 검사와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진단하는 방법
성장판 검사는 왼쪽 손목의 엑스레이 촬영이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이다. 나이에 따라서 검사하는 부위가 다른데 팔꿈치나 어깨뼈의 엑스레이도 같이 찍을 수 있고 1세 미만의 경우에는 무릎 사진을 같이 찍을 수도 있다.
뼈 나이와 현재 연령, 현재 키를 이용해서 최종 신장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너무 많으면 최종 성인 신장의 예측이 어렵고, 사춘기 시기나 사춘기의 진행 속도, 성장 속도에 따라 많은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서 대략적인 예측만 가능하다.
성장호르몬 결핍은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의 자극에 의해 간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IGF-1 검사는 비교적 하루 동안의 변화량이 적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보다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다. 정상인보다 표준편차 이하로 감소돼 있다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중에도 수시로 분비량이 변화하기 때문에 성장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자극하는 약제를 투약하고 여러 차례 채혈한 혈액 속의 성장호르몬 농도가 낮을 경우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무분별한 성장호르몬 주사는 도리어 해로워
저신장증으로 진단이 되면 보통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골격근과 장골을 성장시켜 신장의 최종 길이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치료 시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같은 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2세 이후부터 치료할 수 있고, 임신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저신장 소아의 경우에는 4세 이후부터 치료가 가능하며,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이 있다. 원인 질환이 없지만 키가 작은 경우를 특발성 저신장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아이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며 키가 정상 범위인 아이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김자혜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어야 가능하고 투여 시작 나이나 기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용량과 방법의 투여가 중요하다”라며 “성장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으로는 척추측만증, 고관절 탈구, 일시적인 고혈당, 두통, 부종, 구토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검사를 병행하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영 기자 yjy7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