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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의 보도 ‘R&D 예타’ 폐지하나…예산 편성 속도 기대

입력 | 2024-05-07 11:37:00

재정전략회의서 내년 R&D 예산 확대 규모 등 논의
사업별 특수성 반영해 혁신 R&D 예타 면제도 주목
예타 허들 낮출시 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란 우려↑



ⓒ뉴시스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 대한 제도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낼 지 관심이다. 중론은 혁신·도전적 R&D에 대한 적기 투자를 위해 정부가 금액을 상향 조정하거나 예외를 둘 수 있다고 모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예타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 R&D 사업에 대해 예타를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것이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일부에선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국책 사업에 대한 예타 완화에 대해 국가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비상등이 켜진 나라 곳간 상황을 감안해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느슨하게 풀어주면 안된다는 목소리다.

◆재정전략회의서 내년 R&D 예산 확대 규모 등 논의

7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에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정부 예산 운용 방안을 비롯해 향후 5년간의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R&D에 대한 내용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포함됐다. 정부는 앞서 밝힌 ‘2025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내년에는 R&D 예산 규모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가 과학기술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자 내년 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당초 정부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내년도 R&D 예산 규모로 27조6000억원 수준을 책정했지만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난해 예산 규모인 31조1000억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사업별 특수성 반영해 혁신 R&D 예타 면제도 주목

또 다른 관심은 혁신적인 R&D 사업에 예타를 면제할 지 여부다. 예타는 1999년 도입된 이후 25년간 무분별한 혈세낭비를 막는 역할도 했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사업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 전지 등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술이 대표적이다. 과학계는 민간 부문만으로는 투자하기 힘든 4차 산업 R&D 사업의 경우 6개월 이상의 심사를 거치면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재정 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국책사업은 예타를 선행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을 활용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관가에선 올해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혁신적인 R&D 사업에 대해 예외 규정을 두거나 예타 대상 기준을 상향 조정해 4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전가의 보도’로 악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예타 허들 낮출시 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란 우려↑

일부에선 예타 제도를 손 봐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예타 규제 완화로 인한 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예타를 실시하는 사업비 기준을 높이거나 일부 사업에 대해 면제를 해줄 경우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이 무분별하게 쏟아질 수 있고, 여기에 투입하는 혈세도 예상을 상회할 수 있다는 것이 예타 개편에 반대하는 논리로 요약된다.

빠듯한 재정도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지향하고 있지만 올해도 국세수입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이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세수 펑크 재현 우려가 높은데 예타 기준을 완화하면 이에 따른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변수다. 최근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각종 의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답을 내놓지 않은 만큼 야당이 법 개정 취지는 이해하더라도 쉽게 동의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정부 관계자는 “예타 기준을 올리더라도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세부규정 또는 사후 검증 프로세스 등을 보완책 마련을 통해 재정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