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화기애애하게 손을 잡은 이 사진엔 비밀이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당팔.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라데)가 8단’이라는 뜻이다. 최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별명이다. 그의 웃는 얼굴 속 감춰진 높은 정치 내공을 뜻한다. 카메라를 통해 오랜만에 황 위원장의 관록을 느낀 에피소드가 있었다.
국민의힘 황우여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홍철호 정무수석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축하 화환을 받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황 위원장이 홍철호 정무수석을 접견하는 일이 있었다. 이날 취재진에게 공개된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두 사람 간 서먹함이 느껴진다. 거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황 위원장과 홍 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축하 화환을 주고받은 뒤 어색함이 감돌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의자를 빼놓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서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사진상으로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기자 용어로 ‘그림이 안 되는 순간’이었다. 여당과 대통령실을 대표해서 만난 두 사람이기에 이는 곧 두 단체의 관계가 소원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었다.
홍 수석이 같은 날 국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이 사진은 위 사진보다 친근감이 느껴진다. 두 사람 간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뉴스1
의자가 없다 보니 자리를 양보하면서 생기는 친근한 모습도 사라졌다. 뉴스1
그때 황 위원장의 ‘어당팔’이 발동했다. 그는 웃으며 갑자기 홍 수석의 손을 덥석 잡았다. ‘왜 이러시지?’ 홍 수석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스쳤다. 이윽고 황 위원장은 힘을 줘 자신 쪽으로 홍 수석을 잡아끌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거리감이 좁혀졌다. 황 위원장의 심중을 눈치챈 홍 수석도 밝게 웃었다.
그때 황 비대위원장이 홍 수석의 손을 덥석 잡는다. 홍 수석의 당황한 모습이 느껴진다.
뒤늦게 황 위원장의 의중을 알아챈 홍 수석이 카메라 방향을 보며 웃고 있다.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를 보고 있다. 그래야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황 위원장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재치 있게 새로이 연출한 것이다. 단순히 난을 주고받는 상황만 촬영하기엔 사진, 영상거리가 부족했던 취재진도 그제야 만족하고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오랜만의 정치 복귀지만 역시 ‘어당팔’이란 별명에 걸맞은 황 위원장다운 행동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치인 역시 카메라를 두고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황 위원장은 명배우가 틀림없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