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주중대사가 22일 재외공관장 회의 시작을 앞두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방명록 작성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정 대사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선 결과, 정 대사는 주재관 교육 과정에서 “주재관들이 문제다. 사고만 안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대사관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이런 취지로 발언했다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했다는 것. 다만 외교부는 정 대사가 말실수를 한 것으로, 발언 수위를 감안해도 징계 조치까지 취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감사에서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은 없고 주재관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제 마음과 달라 안타깝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조만간 장관 명의로 정 대사에 대해 구두 주의 조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조치는 사안이 경미한 경우 내리는 것으로 인사 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선 외교부가 자체 감사로 오히려 정 대사에게 면죄부만 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 대사는 취임 이후 수차례 현지 특파원 등과의 관계에서 ‘불통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선 이번 감사 과정에서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2022년 8월 취임 이후 자신의 개인적인 발언을 실명 보도했다는 이유로 특파원 정례 간담회에서 1년 넘게 현장에선 질문을 받지 않은 바 있다. 또 ‘갑질 의혹’ 보도 한달 뒤인 지난달 29일에는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사관 취재 시 24시간 전에 사전 허가를 받으라고 특파원단에 공지하기도 했다.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현 정부 초대 주중 대사로 취임했다. 주중 대사는 미중일러 4강 대사 중 한 자리로, 과거 정치인이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학계에만 수십 년간 몸담았던 정 대사가 임명되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 대사는 올 1월 휴가차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남을 갖기도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