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해야 될 문제이지, 제 문제를…. 저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게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며 불거진 야권의 ‘사정기관 장악 논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설명 중간마다 주먹을 쥐거나 양손을 펴며 민심 청취 기능 강화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며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총선 참패 후 권력 누수 방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국면에서 사정기관 컨트롤을 위한 ‘방패’로 활용하기 위해 민정수석을 부활했다는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민정수석 기능이 어떻게 정립되고 기능하는지에 따라 윤 대통령이 기존 약속을 뒤집고 민정수석실을 부활한 데 대한 평가도 달라질 거라는 전망이다.
●야권 “민정수석실 부활, 각종 특검 대비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2024.5.7/뉴스1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05.07. 서울=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꼭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위해서 설치하는 것”이라며 “비서실장이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공직기강 업무, 법률 업무를 조율하는 수석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했다. 검사 출신의 민정수석 기용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민정수석실의 기능들을) 협의해서 만들려고 한다”며 “민정수석의 경력을 보면 수사도 했지만 대부분이 기획업무였다”고 했다. 사정 기능이 민정수석실 부활의 핵심 포인트가 아님을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민정수석, 인사검증·감찰·민심 보고…“사정기관에 영향력”
김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종전에 없던 민정비서관실을 새롭게 만들어서 주로 민심을 청취하는 기능을 한다. 공직기강, 법률비서관실을 이관받아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률비서관실은 대통령실 업무나 부처와 관련된 법률 사안 검토, 사면‧복권 등의 업무를 한다. 신설되는 민정비서관실은 민심 청취, 여론 동향을 파악한다. 윤 대통령은 민정비서관에 이동옥 행정안전부 대변인을 내정했는데, 사정기관 장악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업무 역량을 인정받은 관료 출신을 임명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사정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은 아직까진 신설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정기관 관련 보고와 업무를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이 일정 부분 담당해 온 만큼 민정수석의 권력기관 장악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 검증, 법률 검토, 민심 청취의 기능이 합쳐진 민정수석실이 채 상병 특검법, 김 여사 특검법 등 각종 특검에 대한 조언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