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부산자치경찰위원회(부산자경위)가 출범했다. 7명의 위원이 3년간 생활안전, 범죄예방, 교통안전 등에서 지역 치안을 이끈다. 변호사 4명, 경찰 출신 2명, 교장 출신 1명으로 꾸려졌다. 이 중 1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 위원장에는 김철준 부산외국어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그런데 출발이 그리 매끄럽지 않다. 우선 1기에 이어 경찰 출신이 수장을 맡아서다. 민간 기관 출신이 위원장을 맡아서 신선한 정책을 펼쳐 달라는 목소리도 컸지만 지역 내 인재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대(3기)를 나와 28년간 경찰로 재직했다. 2010년 경무관으로 승진해 부산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등을 역임했고, 퇴직 후 2017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고 있다.
이 문제로 그의 자격에 의문을 품는 후배 경찰들이 있다. 김 위원장은 “오랜 기간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당시엔 따라야 할 지시로 여겼을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시 돌아온 그가 후배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재직 때보다 훨씬 민주적이면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김 위원장이 박형준 부산시장의 선거 캠프에 잠시 몸담았다는 점은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 위원장은 총경 시절 부산경찰청 정보과장을 3차례나 지낸 경찰 내 ‘정보통’이다. 그 시절 쌓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와의 인맥이 인사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말이 나돈다. 후보 임명을 놓고 박 시장이 숙고하자, 여권 원로 2명이 강하게 설득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진위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정치적 편향성이 자치경찰제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건 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는 길은 위원들과 힘을 합쳐 더 나은 정책으로 화답하는 것뿐이다. 초고령도시(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라는 부산의 특수성에 맞는 선진적인 범죄예방책,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신선한 교통정책 등을 기대한다. 새 닻을 올린 2기 부산자경위가 얼마만큼 밀도 있는 정책을 선보일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