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제너레이션의 시대 출생 연도 따른 세대 구분 반감 여러 세대적 특성 동시에 보유 세대 초월 전략으로 시장 확대
롯데백화점 수원점 옥상공원에 꾸며진 포켓몬 휴게 공간에서 고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전국 전역에서 진행했던 포켓몬 팝업에는 24만 명이 방문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의학 발달로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세대가 동시대를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마우로 기옌 교수는 오늘날을 여덟 세대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멀티 제너레이션 시대’라 설명한다. 과거 사람들의 수명이 짧았던 시절에는 기껏해야 ‘조부모-부모-자녀’로 구성된 ‘삼대’가 한 시대를 공유했다. 반면 수명이 늘어난 지금은 ‘여덟 세대’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뜻이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멀티 제너레이션의 시대, 역설적이게도 출생 연도에 따른 세대 구분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요즘 20대는 “Z세대란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꼰대란 생각이 든다”면서 나이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에 반대한다.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역시 절약을 미덕으로 삼던 과거 시니어와 다른 소비 성향을 보이며 자신이 ‘노년층’으로 구분되는 것에 반감을 표한다.
서울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 광장에 설치된 ‘포켓몬 센터’ 팝업스토어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X세대 부모의 취향을 따라 하는 Z세대도 있다. 부모 세대가 즐겨봤던 슬램덩크 시리즈가 영화화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슬램덩크 덕질을 시작했다는 Z세대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부모님이 미혼이던 시절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 이효리가 20여 년 전에 찍은 뮤직비디오를 보고 당시 메이크업과 패션을 따라 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Z세대가 X세대 부모님과 같은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로 갈수록 내수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지금, 퍼레니얼의 등장에서 기회를 얻으려면 상품과 서비스의 타깃을 여러 세대로 연결하는 전략이 더욱 유용하다. 예컨대 가상현실(VR)과 같은 첨단 기술은 흔히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시니어를 타깃으로 했을 때 더욱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도 크다. VR 서비스 업체인 ‘렌디버(Rendever)’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다양한 가상활동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성공을 거뒀다. 시니어들은 VR 기기를 쓰고 가상환경에서 스쿠버다이빙이나 하이킹을 할 수도 있고, 과거 결혼식 장면을 다시 돌려보며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다양한 외부 활동을 즐기는 10대보다 주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니어 집단이 VR의 핵심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속한 세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일하고, 배우고, 상호작용하는 탈세대형 인류가 등장하고 있다. 나이를 구분 짓는 전략에서 나이와 세대를 초월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