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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깨는 기업들 “고금리 부담, 빚부터 갚자”

입력 | 2024-05-08 03:00:00

10억초과 저축성예금 작년 3.1% 줄어
상-하반기 연속감소 2002년이후 처음




고금리 기조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빚부터 갚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이런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한 계좌의 총 예금은 771조7490억 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 말(796조3480억 원) 대비 24조5990억 원(3.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중 23조9210억 원이 줄어들었고, 하반기(7∼12월)에도 6780억 원이 감소했다.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 잔액이 두 개 반기 연속으로 줄어든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10억 원 초과 고액 예금은 개인보다 기업이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이 정기예금에서 목돈을 빼 다른 곳에 쓰고 남은 돈은 입출금 예금 등에 넣어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항목별로도 정기예금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10억 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531조8180억 원으로 1년 전(564조5460억 원) 대비 5.8%(32조7280억 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0억 원 초과 기업자유예금 잔액은 219조8900억 원에서 229조61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자유예금은 법인이 일시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으로 정기예금보다 입출금이 자유롭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이자보다 대출 이자 비용이 더 큰 만큼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기업이 많은 상황”이라며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있어 이런 추이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