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팀목’ 자영업이 쓰러진다] “수입 부품값 10만원→26만원 껑충… 판매가격에 반영못해 적자 누적” 대출로 연명하다 이자 부담 못버텨 중기 연체율도 2년새 2배로 급증
지난달 30일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 곳곳에 붙어 있는 부동산 현수막. 영세기업들이 폐업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에 따라 공실률이 높아져 건물 주인들이 임차인을 찾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시흥=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모 씨(52)는 해외에서 디스플레이 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작년 하반기(7∼12월)만 해도 10만 원 정도 했던 수입 부품 가격이 현재 26만 원까지 올랐다”며 “(대기업) 고객사에 대한 납품사 간 경쟁이 치열해 부품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들어 영세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급증하면서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시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에 이어 강달러 기조까지 가세하며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영세기업들을 짓누른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어려워진 영세기업들이 빚을 갚아 나가는 회생 대신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파산 절차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올 1분기 파산 신청 건수(439건)는 회생 신청 건수(387건) 대비 13.4%(52건) 많았다. 이 같은 데드크로스 현상은 지난해(파산 1657건, 회생 1602건) 처음 나타났는데 올해 더 심화된 모습이다.
대출금을 못 갚는 영세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합계)의 연체율은 0.70%로 1년 전(0.47%)보다 0.23%포인트 상승했다. 2년 전(0.32%)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서 소성가공 업체를 운영 중인 백모 씨(58)는 “고물가로 인해 저희에게 원재료를 건네주는 대기업들이 1년 새 자재 가격을 1.5배로 인상했다”며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경쟁사들 탓에 판매가를 올리지 못해 고스란히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무역회사를 운영 중인 현모 씨(44)는 “매년 3분기(7∼9월) 정도에 향후 환율을 예측한 뒤 이듬해 경영 계획을 구상하는 편”이라며 “올 들어선 미국의 고금리 기조와 함께 중동 전쟁 등 대외 변수까지 끊이지 않아 작년 말에 마련해 둔 계획들이 무의미해졌고, 어쩔 수 없이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바라보는 경기 전망은 나날이 우울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307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 결과, 기업들의 5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9.2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전년 동월 대비 4.6포인트씩 각각 하락했다. 경기전망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갔다.
김규섭 IBK경제연구소장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건전성 관리, 고금리로 인한 유동성 부족 등으로 영세기업들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시흥=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