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월 임기 만료전 수사 매듭” 지난주 “법리 따라 신속 수사” 지시 어제 “신속-엄정 수사” 공개적 언급… 檢안팎 “도이치 의혹도 수사 가능성” 대통령실 “이제 와서 갑자기 왜”
이원석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특검 무마’ 비판에 “추후 말할 기회 있을 것”
특히 정치권과 법조계는 7일 발언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선 발언과 달리 ‘신속·엄정 수사’를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출근하던 이 총장이 자신을 기다리던 기자들을 만나 ‘도어스테핑’ 형식으로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나왔다.
검찰 내부에선 이 총장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적극 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많다. 김 여사 사건을 더 이상 방치했다간 검찰 조직이 걷잡을 수 없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더라도 대통령 부인도 예외 없이 수사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백 수사는 ‘프리퀄’(본편보다 앞선 이야기)이란 얘기도 나온다. 명품백 수사를 고리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동시에 수사하기 위해 이 총장이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부인을 검찰 포토라인에 수차례 세울 수 없는 만큼 명품백 사건을 통해 김 여사를 출석시키고,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진상도 함께 규명하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반면 법조계에선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검찰의 최근 긴장 관계,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총장 임기 등을 감안하면 김 여사를 보호하는 ‘약속 대련’ 주장은 근거가 떨어진다”면서도 “다만 김주현 신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임명된 만큼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여부가 수사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명품백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에 공정거래조사부 김경목 검사(사법연수원 38기), 범죄수익환수부 권영주 검사(40기), 반부패3부 안성민 검사(41기) 등 특별수사 검사 3명을 파견했다. 김 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의혹 수사팀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팀을 거쳤다. 안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을 수사한 바 있다. 권 검사는 직전에 고소·고발 사건이 밀려드는 형사1부에서 근무하는 등 형사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네고 이를 몰래 촬영한 최재영 목사와 이 영상을 보도한 유튜브 방송 ‘서울의소리’ 측에 각각 원본 영상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가 명품 가방뿐만 아니라 명품 화장품과 양주를 수수하고 대통령실이 불법 보관한 사실 등을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백 대표와 최 목사를 조사한 후 이르면 이달 중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제 와 엄정 수사 강조 배경 궁금”
민주당 지도부는 ‘용산-검찰 갈등설’ 주장을 이어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총장이 뒤늦게 나선 것은 특검법 통과가 임박하니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의 존립 근거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보다는 검찰 조직을 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22대 국회에서는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검법이 발의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검찰 수사 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도 “특검법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