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회담 막후에 함성득-임혁백 ‘비선라인’ 논란 공식 직책 없는데 “우리가 물밑 조율” ‘尹, 李측에 총리 추천권 제안’ 등 주장 대통령실 “공식 라인 거쳤다” 진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회담을 마친 뒤 참모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이 대표, 윤 대통령,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임 교수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이 함 원장에게 전화해 ‘이 대표와의 만남을 조율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며 “함 원장이 내게 ‘이 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뜻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을 해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윤 대통령이 함 원장에게 부탁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이 서울 서초구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단지 목욕 시설에서 같이 사우나를 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며 “함 원장이 나와 막역한 사이라는 걸 윤 대통령이 알고 부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동 전 함 원장을 통해 이 대표 측에 ‘국무총리 추천권’을 비롯해 “여권 개편 과정에서 이 대표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유력 여권 주자를 배제하겠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됐다”는 등의 취지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尹-李회담 막후 비선 논란
“이재명, 총리 추천권 제안 등 거절
비서실장 임명엔 ‘뜻대로 하시라’ 해”
용산-민주 서로 “작업하나” 갈등조짐
“이재명, 총리 추천권 제안 등 거절
비서실장 임명엔 ‘뜻대로 하시라’ 해”
용산-민주 서로 “작업하나” 갈등조짐
‘비공식 채널’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은 서로를 겨냥해 “‘작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여야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4·10총선 며칠 후 함 원장에게 “만나자”고 요청한 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교수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함 원장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단지 내 사우나를 함께 하는 등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며 “나와 함 원장이 두 사람 가운데서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했다. 함 원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회담 성사 과정에 물밑 역할을 했다며 윤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사실 여부를 묻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대통령의 큰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잘 소개해 달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함 원장-임 교수-이 대표’로 연결되는 이른바 ‘비공식 채널’이 꾸려졌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함 원장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임 교수가 받아서 이 대표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해당 채널을 통해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인사 추천권’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임 교수는 “윤 대통령이 ‘향후 대통령실 인사 등 여권 개편 과정에서 이 대표의 대선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은 배제하겠다’고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제안 대부분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 추천권에 대해서는 “꼭두각시처럼 쓰고 버려질 총리라면 추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임 교수를 통해 전달했으며, 윤 대통령의 ‘여권 개편 구상’에 대해서는 “경쟁자는 많을수록 좋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그렇다면 이 대표와의 회동 성사를 위해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등은 새로 임명해도 되겠느냐’고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이 대표가 ‘뜻대로 하시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임 교수는 “이후 며칠 뒤 실제로 정진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회동을 공식 제안한 지난달 19일 ‘비공식 채널’은 오프라인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대표와 함 원장, 임 교수는 19일 저녁 2시간가량 회동했다. 임 교수는 “함 원장이 앞서 나를 통해 전달했던 윤 대통령의 뜻을 다시 한번 설명하는 성격의 자리였으며 이 대표는 주로 경청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은 비공식 채널 존재에 대해 일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측 공식 라인이 다 역할을 하고 윤 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해서 성사된 만남”이라며 “아주 기가 막힌 일이다. 이런 식의 ‘폭로 정치’와도 같은 일이 계속될 정도로 일각에서 계속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진석 비서실장도 “정치 역사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비선 논란에 대해 참모를 통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 역시 “원래 한 가지 일이 성사되고 나면 ‘내 덕이다’라고 자가발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저쪽(대통령실)이 회동으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가 잘 풀리지 않자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양측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최근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대통령비서실장설(說)’이 불거진 배경에 대통령실 내 비선 조직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비선 가동 의혹이 불거지자 한 여권 관계자는 “이제는 아예 ‘내가 비선이다’라고 자처하는 인물이 언론 인터뷰에 대놓고 자백을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대통령이 탈당하고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라”, “보수궤멸 시키려고 온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냐” 등의 비판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