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환은커녕 월세도 못낼 판” 금리인하 늦어지고 경기침체 지속 취약대출자 중심 부실 악화 우려
서울 강동구에서 닭갈비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 씨(35)는 올해 들어 개인 사업자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매출이 지난해 4분기(10∼12월) 대비 30% 이상 급감한 탓이다. 박 씨는 “1년 전 거치 기간이 종료된 이후 매달 이자와 원리금을 더해 100만 원 정도를 내왔는데 매출이 줄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대로는 대출 상환은커녕 가게 월세도 못 낼 판”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기조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 등 개인 사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경기 회복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조356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870억 원)과 비교하면 37.4%(3690억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 역시 314조6860억 원에서 322조3690억 원으로 2.4% 늘었고, 5대 은행의 평균 연체율도 0.31%에서 0.42%로 뛰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있어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