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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탱크 진격에 美-이스라엘 균열… 美, 고성능 정밀폭탄 판매승인 보류

입력 | 2024-05-09 03:00:00

중동전쟁 발발 후 무기판매 첫 지연
美 “이, 아직 레드라인 넘진 않았다”




이스라엘이 6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탱크 등 지상군 병력을 투입하면서 줄곧 이를 만류해 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균열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정밀 폭탄의 일종인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이스라엘에 판매하는 건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7일 보도했다. 이 폭탄이 라파 일대의 민간인 공격에 쓰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폭탄은 공습 시 반경 800m 내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폴리티코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연시킨 것은 처음이라며 “미국이 대규모 군사 원조에 대한 극적인 중단 없이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개적으로 군사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지속할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미국 무기를 사용하면서 국제법을 준수하는지를 평가한 보고서를 8일까지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 보고서에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현 단계 탱크 진입에 대해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 “검문소가 작전 대상이었지 민간인 지역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언급한 것 자체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에 대한 메시지를 준 것일 수 있다.

중동전쟁을 반대하는 주요 대학가의 시위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기념 연설에서 “75년도 아니고 7개월 반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미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를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있다”고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이어 “물리적 공격과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법을 어기는 일이고, 우리는 법을 수호할 것”이라며 폭력시위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