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정책사회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21대 국회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7일 밝혔다. 4·10총선 이후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까지 7주 동안 집중 논의해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겠다던 각오가 무색하게 임기가 3주 이상 남았는데도 손을 놓은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개혁 무산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했다면 특위 위원들이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순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1000조 원 넘게 쌓여 있는 국민연금 기금은 21년 뒤인 2055년 고갈된다. 현재 보험료율(소득의 9%)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55년에 만 65세가 되는 1990년생부터는 평생 보험료를 내고도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물론 받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모아둔 기금이 없다면 그 시점에 일하는 이들로부터 매달 소득의 26.1%를 보험료로 걷어 어르신들에게 나눠주면 된다. 이 경우 같은 연금을 받기 위해 미래세대가 현 세대의 3배에 달하는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저출생 고령화로 미래세대 부담은 갈수록 커져 2078년에는 보험료율이 소득의 35%까지 치솟게 된다.
연금특위가 합의를 포기한 배경을 보면 더 허탈하다.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소득보장안’과 내는 돈을 12%로 올리고,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재정안정안’으로 대안을 압축했다. 또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한 공론화 조사에선 과반(56%)이 소득보장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는 이를 토대로 협의를 거듭해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기로 합의했다. 소득대체율도 2%포인트 격차(여당 43%, 야당 45%)까지 이견을 좁히며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야는 결국 2%포인트 격차를 좁히지 못하겠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붙들고 앉아 최선을 다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8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합의가 이뤄지도록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호소지만 당초 뚜렷한 개혁안 없이 24가지 시나리오만 늘어놔 연금개혁이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든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무책임한 국회와 무기력한 정부를 둔 죄로 지금도 미래세대의 부담은 매일 수백억 원씩 불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