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오른쪽부터), 조정식, 우원식, 정성호 국회의장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함께 손을 모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5.03. 뉴시스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경선 대진표가 4파전으로 완성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 후보들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이재명 대표와 친분을 드러내는 등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마음) 경쟁을 이어갔다. 추미애·정성호·조정식·우원식 후보(기호순)는 출사표에서부터 국회에 예산 편성권을 도입하고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재의결 의석수를 하향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성지지층에 호소하는 공약을 대거 내놨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들이 개딸(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 잡기에만 혈안이 돼서 국민들이 보기에 황당한 공약을 너도나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 후보는 9일 이 대표가 이날부터 치료차 휴가를 떠난 것과 관련해 “이 대표를 거의 40년 가까이 알고 지냈는데 굉장히 체질적으로 강한 분”이라며 “정신력과 의지는 타의 추정을 불허할 정도로 강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의 친분관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 정 후보는 또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임혁백 전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해 “(임 전 위원장은) 대선 때 내가 이 대표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했다”며 “공관위원장 임명 과정에서도 의견을 묻기에 제가 좋은 분이라고 추천을 드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 후보도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말한 데 대해 “참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 대표가 이 대표의 권한을 막 쓰는 게 아니다. 총선 과정에서 민심이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두둔했다.
국회의장 경선 투표권은 의원들에게 있다. 그럼에도 후보들이 동료 의원이 아닌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는 것은 그만큼 소구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선수가 낮은 의원들일수록 국회 경험이 적기 때문에 지지층의 의견에 영향을 받기 쉽다”며 “그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