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 신약 도입률 韓 5% 日 32% 약값 낮게 책정될까 韓 출시 미룬탓 알츠하이머 신약 맞으러 日 원정도 “건보재정, 신약에 더 많이 투입해야”
“혹시 일본에 레켐비(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맞으러 가시는 분 계신가요? 투약 가능한 병원 공유 부탁드립니다.”
최근 국내 알츠하이머 환우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한 커뮤니티에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 투약을 위한 ‘원정 치료’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국내 치료가 요원하니 이미 약이 출시된 일본에서 투약하겠다는 것이다.
인지 기능 저하를 27%가량 개선해 ‘기적의 치매약’으로 불리는 레켐비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 심사 중이다. 올해 하반기(7∼12월)면 허가가 날 전망이지만, 정부와 제약사 간 약가(약값) 협상이 난항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에 신약이 늦게 도입되는 이유로는 낮은 약값과 복잡한 허가 절차가 꼽힌다. 특히 낮은 약값은 신약 개발사들이 국내에 신약 출시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과 일본에 먼저 신약을 출시하고 한국 출시를 뒤로 미루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먼저 신약 가격을 낮게 책정하면 다른 나라들이 이를 근거로 약값을 더 낮추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한국보다 약값을 높게 책정하는 나라들에서 먼저 신약 가격을 책정하면 다른 나라에도 높은 가격으로 신약을 팔 수 있게 된다.
레켐비 역시 미국, 일본에 이어 올해 1월 중국에서 먼저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약값 협상이 이뤄지는 올해 9월 이후 한국 출시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싼값에 약을 들여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환자”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제약협회가 발표한 국가별 항암 신약 도입률을 보면 미국은 94%, 독일 71%인 반면 한국은 40%에 그쳤다. 희귀질환 역시 한국은 33%로 미국(93%), 독일(72%) 등에 비해 매우 적게 도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건보 재정의 상당 부분이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이나 경증 질환에 쓰이고 있다”며 “신약의 혁신성을 인정하고 제네릭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보 재정의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약값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신약의 경제성 평가에 혁신성에 대한 평가 요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제네릭은 경쟁을 통해 더 낮은 가격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신약은 혁신성을 인정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개선안은 올해 7, 8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