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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푸드, 먹어서 지키자” 미식연구소의 스터디[정성갑의 공간의 재발견]

입력 | 2024-05-09 23:12:00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는 식사 자리가 또 이리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빙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자리고 ‘제주 미식 여행’이라는 확실한 주제가 있었던 덕분에 가능한 일 아니었나 싶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서울 서촌에 아워 플래닛(our planet)이라는 지속 가능 미식 연구소 겸 캐주얼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의 핵심 콘셉트이자 콘텐츠는 로컬 푸드. 너무 맛있고 특별한데 사람들이 미처 모르는 전국 곳곳의 식재료를 찾아 열심히 소개한다. 현장 답사와 스터디를 마친 후에는 4, 5가지 코스로 특별한 식사를 준비한다. 그 재료와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또 어떤 매력이 있는지 대형 모니터에 사진과 영상을 띄워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도 포함된다. 목적은 하나.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다시 열심히 찾아야 종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생산자의 포트폴리오도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먹어서 지키자’가 이곳의 캐치프레이즈다.

현지로 직접 떠나 함께 식재료를 채취하고 맛보고 만져보는 ‘로컬 오딧세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울릉도 편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지금껏 아쉽다. 청청한 파란 바다, 싱싱하고 독특한 해산물, 언뜻 하와이처럼 보이는 이국적 풍경의 사진들을 보는데 마음이 어찌나 들썩거리던지. 지역 문화와 음식, 지구에 사는 모든 동물과 식물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김태윤 셰프와 ‘한국인의 밥상’ 작가로 활동하고 대학원에서 전통식문화학을 공부한 장민영 셰프가 이 진정성 한가득인 커뮤니티의 공동 선장이다.

그렇게 전국의 밥상이 오르는 자리에 최근 제주 편이 선을 보였다. 제주에서 잡지도 발행하고, 2005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한림수직의 카디건도 다시 제작하는 로컬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가 기획한 자리로 제주 음식 전문가들도 약방의 감초처럼 쏙쏙 들어가 제주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맛있게도 들려주었다. “제주 명물이 많은데 고사리도 빼놓을 수 없어요. 4월이 딱 채취하기 좋은 때인데 아침에 갔다가 저녁 5시에 가 보면 또 훌쩍 자라 있어요. 중산간 지대에는 이맘때쯤 비가 잦아지는 ‘고사리 장마’가 시작돼요. 흩날리는 안개비를 맞고 고사리도 쑥쑥 자라지요. 한자리에서 9번도 난다니까요. 육개장에 고사리를 많이 넣는데 제주산 고사리는 실처럼 가늘고 부드럽게 찢어져서 야들야들, 보들보들 감칠맛이 나지요. 고사리 나는 데는 며느리도 안 가르쳐 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하!”

제주민속오일시장 내에 할망(할머니의 제주어)시장이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65세 이상 할머니들에게만 자리가 무상으로 제공된다니 참으로 구체적이고도 흐뭇한 가이드라인이 아닐 수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이날의 가장 큰 수확은 제주 음식 전문가들도 추천한 맛집 리스트를 들고 온 것. 공유하자면 제주 고사리 듬뿍 넣는 육개장 맛집은 우진해장국, 각종 생선탕은 정성듬뿍 제주국, 제주 토종 흑돼지를 맛있게 하는 곳은 연리지가든. 그리고 다시 되돌려 봐도 좋은 이 말. “먹어서 지킵시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