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경영학 수업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된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초반, 중반, 후반에 걸쳐 누가 리더로 적합한지 평가하는 설문을 했다. 초반에는 나르시시스트가 리더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자존감이 충만하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자기 관리를 잘하는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중반, 후반으로 가면서 서로를 더 파악할 시간을 갖게 되자 팀원들은 자신이 잘났다고 인정해 주기를 끊임없이 종용하는 나르시시스트를 구별하게 됐다. 후반으로 갈수록 나르시시스트들의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초반에는 크게 이목을 끌지 못하던 겸손하고 정직한 팀원이 점차 리더로 인정을 받았다.
이처럼 심리학자들은 나르시시스트가 팀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그 행동들이 팀의 업무 수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연구들을 많이 해왔다. 나르시시즘은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긍정적인 평가를 꾸준히 내린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 수긍하지 않으면 공격성을 보이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포함한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듯 나르시시스트들은 팀워크를 갉아먹는다.
예를 들어 미국프로농구 리그에서 선수의 나르시시즘이 높으면 높을수록 어시스트가 적었고 팀의 득점도 낮았다. 서로 배려하며 행동해야 하는 팀 스포츠에서 자신이 돋보이는 것에 초점을 두는 나르시시스트 팀원의 유치한 자존심이 팀의 성공을 방해한 결과다.
나르시시스트라고 항상 팀이나 집단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매우 심한 상황에서 나르시시스트는 발군의 역량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팀과 일본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고 생각해 보자.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은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고 큰 함성 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보통 선수들에게는 이와 같은 극도의 경쟁 상황이 종종 목이 조이는 것 같은 압박감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들은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압박감에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더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곤 해서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필자도 몇 년 전 팀 간 경쟁이 나르시시즘이 높은 팀원의 활약과 팀의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실험 결과 나르시시스트들은 경쟁이 심할수록 적극적으로 팀의 토론을 주도했고 실제로 나르시시스트들이 속한 팀의 성과가 창의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프로젝트 이후 팀원과 나르시시스트 모두 서로 한 팀으로 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팀원들은 나르시시스트에게 이용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고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 덕에 팀이 성공했고 이런 팀에 자신이 과분하다며 불만을 표했다.
비슷한 연구에서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은 직접 같이 일하지 않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조직을 위해 힘쓰는 좋은 리더로 보였다. 그러나 그 리더들 옆에서 같이 일하며 지켜볼 수 있는 직원들은 그 리더들을 신뢰할 수 없는 질 낮은 리더로 평가했다. 실제로 같이 일해 보면 나르시시스트는 리더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91호(2024년 4월 2호) “팀워크 파괴자, 그대 이름은 나르시시스트”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박귀현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guihyun.park@anu.edu.au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