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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스라엘, 라파 전면 공격땐 무기지원 중단” 최후통첩

입력 | 2024-05-10 03:00:00

이, 전투기-대공망 등 美에 70% 의존
무기지원 중단땐 전쟁수행에 차질
“선적 보류땐 인질협상 거부” 반발
트럼프 “바이든, 테러범 편들어” 비판




아이언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전면 공격할 경우 “미국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개전 후 공식·비공식적으로 100차례 이상 군사 지원을 받으며 미국에 상당히 의존해 온 이스라엘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미국에 “무기 선적을 보류하면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을 거부하겠다”며 맞섰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최후통첩이 이스라엘의 강경 행보를 저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주요 인사는 “지상전을 강행하지 않으면 연정을 탈퇴하겠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대학가의 중동전쟁 반대 시위로 곤혹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라파 지상전을 용납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NYT)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76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기로에 섰다고 평했다.

● 미국산 전투기-MD로 전쟁 치르는 이

바이든 대통령은 8일 CNN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이스라엘군)이 라파로 진격하면 지금까지 라파와 가자 내 다른 도시를 공습하는 데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같은 날 상원 청문회에서 “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고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1946∼2023년 미국으로부터 총 2160억 달러(약 280조8000억 원)어치의 군사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군수물자 수입의 7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F-35’ 스텔스 전투기를 세계 최초로 들여왔고 실제 전투에서도 처음 썼다. 또 ‘아이언돔’ ‘애로’ 등 주요 미사일방어체계(MD)도 미국과 공동 개발했다.

F-35A 전투기

중동전쟁 발발 직후 미국이 1980년대부터 이스라엘에 보관해온 전략비축물자를 신속히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탄약, 포탄 제조용 부품 등을 지원받고 최근 F-15 전투기 50대 구매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무기 지원이 중단되면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정치컨설팅그룹 유라시아그룹은 NYT에 “중동전쟁이 대선 캠페인과 미국의 위상에 대한 방해물인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례 없는 불만의 표시”, 영국 BBC도 “역대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 트럼프 “하마스 편드는 바이든”, 美 분열

이스라엘은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8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종류의 압력은 우리 적들인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 등에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에 표를 던진 미 유대인이 많은데 지금 그들은 주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겨루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9일 트루스소셜에 “대학 캠퍼스를 점령한 폭도들의 편을 들었던 바이든이 정치 후원금 때문에 이제는 테러범들의 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나약하고 부패했으며 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고가 바이든 행정부에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BBC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경고를 거듭 무시한다면 패권국인 미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8일 라파 검문소로부터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쪽으로 약 1.6km 이상 침투하며 지상 작전 지역을 확대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