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장승 재해석한 작품 현지서 제막 정전협정 체결후 의료인 117명 파견 부산 獨적십자 병원서 30만명 치료 한국인 간호사-의사 양성에도 힘써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의 독일적십자사 본부 앞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 기념 조형물 제막식에서 폴크마어 쇤 독일적십자사 부총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보훈부 제공
독일에 처음으로 6·25전쟁 참전 기념 조형물이 세워졌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8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의 독일적십자사 본부 앞에서 열린 6·25 참전 기념 조형물 제막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폴크마어 쇤 독일적십자사 부총재와 크리스티안 로이터 사무총장, 70년 전 한국에 파견됐던 독일 의료지원단 가족, 임상범 주독일대사 등 100여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의료지원국 6개국(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인도, 독일) 가운데 그간 독일에만 참전 기념 조형물이 없었다. 파견 70주년을 맞아 독일 의료지원단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독일인들의 6·25전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등 양국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 정부가 2억1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이번에 참전 기념물을 세운 것.
독일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인 1954년 5월부터 1959년 3월까지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전병원 시설과 의료진 117명(연인원)을 한국에 파견했다. 독일적십자사가 설립한 부산 독일적십자병원은 5년간 30만 명에 가까운 유엔군 부상자와 국내 민간인 환자를 진료했다. 한국인 간호사와 의사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데도 힘썼다. 정부는 2018년 독일을 6·25전쟁 의료지원국(참전국)으로 추가 지정하고, 당시 의료진을 참전용사로 인정했다.
세계 적십자의 날(5월 8일)에 맞춰 세워진 기념 조형물은 청동으로 제작됐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미술가 강동환 씨의 작품이다. 마을의 수호신인 한국의 장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일적십자사의 의료지원 활동을 ‘전쟁과 치유’라는 주제로 삼아 제작했다. 조형물의 천하대장군 모습은 전쟁의 참상에 깜짝 놀란 ‘적십자 관계자’를, 지하여장군은 ‘치유하는 간호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훈부는 설명했다.
강 장관은 축사에서 “기념 조형물은 6·25전쟁으로 고통받는 대한민국을 기꺼이 도왔던 독일 의료지원단의 따뜻한 인류애를 담아냈다”며 “양국을 잇는 가교이자 독일 의료지원단의 숭고한 헌신을 기억하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