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세-용지값-인건비 상승 등 영향 문동-창비 영업익 40% 전후 급감 ‘보수적 투자’ 민음사는 38% 늘어 전자책-웹툰 업체는 눈부신 성장
한 시민이 서울의 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3년 출판시장 통계’ 에 따르면 국내 출판사 71개 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36억 원으로 2022년 1972억 원보다 42.4% 감소했다. 뉴시스
지난해 국내 주요 문학 출판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희비가 엇갈렸다. 문학동네와 창비가 영입이익이 크게 준 반면 민음사의 영업이익은 반대로 증가한 것. 출판계 불황 속에서 공격적 투자보다 보수적 대응이 엇갈린 성적표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보고서 ‘2023년 출판시장 통계’와 지난해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억1600만 원에 그쳐 전년(57억6500만 원)보다 44.2% 감소했다. 창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7억1000만 원으로 전년(27억6200만 원)에 비해 38.1% 줄었다.
문학동네는 지난해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출간하며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까지 여는 등 마케팅에 적극 나선 것. 이번 선인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하루키의 전작인 ‘기사단장 죽이기’(2017년)의 선인세가 20억∼3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기대했던 것만큼의 판매량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비는 지난해 손꼽을 만한 새로운 베스트셀러를 내지 못했고 기존 스테디셀러 등에 의지하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출판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맞춰 인쇄용지 가격이 급등하고, 인건비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제지업체 무림페이퍼의 1t당 인쇄용지 가격은 2021년 95만 원에서 2023년 125만6000원으로 증가했다. 종이책 판매 비중이 여전히 높은 대형 서점의 적자도 커졌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360억4700만 원의 영입이익 적자를 기록해 전년의 적자(138억8800만 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집중한 출판 업체들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국대 최대 독서플랫폼인 밀리의서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4억600만 원으로 전년(41억6900만 원)보다 149.6% 증가했다. 관련 전자책 업체들도 영업이익을 늘렸다. 웹툰·웹소설 출판사 8곳은 지난해 25억31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2022년 29억72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상황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출판계에서는 전자책으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또한 선인세가 높은 기존 작가의 ‘명성’에 기대기보다는 신인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다산북스가 지난해 국내엔 처음 소개한 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장편소설 ‘맡겨진 소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처럼 선인세는 낮아도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 편집자가 시대를 포착하는 기획 출간을 하거나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작가를 키워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