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랜드’ 내달 5일 개봉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등 참여 김태용 감독 “관계의 경계 희미해져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시기 올 수도”
영화 ‘원더랜드’에서 정인(수지)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연인 태주(박보검)와 인사하고 있다(위쪽 사진). 죽음을 앞둔 엄마 바이리(탕웨이·아래 사진 오른쪽)가 딸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아래 사진). 영화 속 ‘원더랜드’는 세상을 떠난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영상통화 서비스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엄마, 병에 걸려 이른 나이에 죽은 아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연인…. 억만금이 든다고 해도 되살릴 수만 있다면 살려내고픈 소중한 사람이 누구에게나 있을 테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사랑하는 사람을 스크린 속에 되살려 주는 영상통화 서비스를 소재로 한 영화 ‘원더랜드’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해 크랭크인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만추’(2011년)를 통해 탕웨이와 부부의 연을 맺은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제가 영상통화를 자주 하거든요. 그런데 끊고 나면 ‘이게 진짜 저기에 있는 사람과 통화를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통화만 하다가 실제로 만나면 오랜만에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어제 본 것 같기도 하고요. 관계의 경계가 희미해진달까요. 죽은 사람들도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와 소통하는 시기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태용 감독은 영화의 소재로 AI를 통한 영상통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 속 ‘원더랜드’는 죽거나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을 AI로 구현해주는 영상통화 서비스다. 사람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죽은 부모님, 자식 등과 수십 년 동안 영상통화를 한다. 만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것.
배우 탕웨이는 죽음을 앞두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딸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주고 싶은 바이리 역을,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 세계를 만드는 설계자 역할을 맡았다. 김 감독은 “먼저 보낸 사람들, 앞으로 보낼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는 게 좋을까란 고민이 숙제로 느껴졌다. 그 이야기를 영화로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은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이 부부로서 함께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탕웨이는 “우리 부부는 일 얘기밖에 안 한다”며 웃었다. 이어 “감독님도 워커홀릭이고 나도 그렇다. 같이 작업하는 게 잘 맞아서 천만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