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사적 제재’ 운영자 바꿔 재개
10일 이 웹사이트에는 전날 부산에서 발생한 유튜버 살인 사건 피의자 홍모 씨(56)의 얼굴 사진과 유튜브 주소 등이 공개됐다. 웹사이트 운영진은 “아직 정확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린다”고 올리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8일 구속된 의대생 최모 씨(25)의 실명과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대학, 과거 게시글 등도 올라와있다.
신상이 공개된 이들 중에는 수사기관의 신상 공개 결정에 따라 이미 이름이 알려진 인물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 신상이 특정된 이들이다. 올 초 음주운전으로 배달기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유명 DJ 등이 대표적이다. 웹사이트 측은 “앞으로 성범죄자, 살인자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폭력, 전세사기, 코인 사기, 리딩방 사기 등 각종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 “표현의 자유 넘어서” 지적
이를 놓고 온라인 사적 제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해당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에는 익명 댓글에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달리고 있다. 또, 일부 누리꾼이 공개된 신상 정보를 토대로 피해자 계정까지 찾아내 유포하면서 피해자 측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의대생 최 씨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고인이 된 피해 여성의 신상이 노출돼 유족들이 2차 피해를 겪어야했다. 경찰도 2차 피해를 우려해 최 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엉뚱한 인물이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2020년 이 웹사이트에서는 사건과 무관한 제3자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당시 지목된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확정 판결 이전에 신상 정보를 먼저 공개해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다는 문제도 있다.
한창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라면서도 “경제적, 사회적 대가를 바라고 무분별하게 확산된 면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온라인 사적 제재에 대해선 플랫폼 사업자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걸러니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사적 제재 우려가 커지자 1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접속 차단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방심위가 접속 차단을 의결할 경우 의결 당일 바로 접속 차단 작업에 착수해 수일 내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