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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금강산 韓정부 자산인 소방서 첫 철거… 이산면회소도 위기

입력 | 2024-05-11 01:40:00

2008년 준공 후 관광 중단에 방치
민간시설 이어 해체… 정부 “강한 유감”
개성공단 韓공장 40여곳 무단 가동
재산권 피해 4000억… 손배 소송 검토



김정은, 김기남 마지막 길 배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진행된 김기남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장례식에 참석해 관 위에 손수 흙을 얹고 있는 모습.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에 대한 선전에 앞장선 김 전 비서의 장례식은 이날 국장으로 진행됐다. 김 전 비서는 앞서 7일 사망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강원 고성군 금강산 관광지구 내 소방서를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방서는 우리 정부의 자산으로, 북한이 금강산 내 정부 자산을 철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부는 소방서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데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로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된 2019년 금강산 지구를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한국 기업 소유의 관광 시설들을 하나둘 철거해 왔다. 여기에 이번엔 금강산 내 정부 자산까지 철거를 완료하면서 남북 경협의 완전한 단절과 금강산 지구 재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북한은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공장에 대한 무단 가동 범위도 지난해 말 30여 곳에서 최근 40여 곳까지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 김정은 “남측 시설 싹 들어내라” 이후 대거 철거 수순

금강산 지구 내 소방서는 지상 2층 건물로 우리 관광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2008년 7월 8일 준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일 뒤인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 사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이후 소방서는 방치된 건물로 남았다.

금강산 지구 내 정부 소유 자산은 이 소방서(22억 원)를 비롯해 이산가족면회소(550억 원), 관광 도로(26억6000만 원) 등 3건으로, 건설에만 총 598억6000만 원이 투입됐다. 현대아산 등 민간 기업의 투자액까지 합산하면 4000억 원이 넘는 돈이 금강산 지구 개발에 쓰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2019년 10월 금강산 지구를 방문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뒤 이곳에 대한 재개발 수순을 밟아 왔다. 2020년엔 김덕훈 내각총리가 현장을 시찰하면서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고 이어 2021년 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연차별·단계별 재개발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올해 1월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면서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남한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남측 시설물들에 대한 북한의 철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완화된 2022년부터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이나, 골프레저 기업인 아난티가 운영한 골프장 숙소 등 시설 해체 작업도 이때부터 이뤄졌다. 현재도 지구 내 골프장, 생활관 등 기업 소유 자산에 대한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이 금강산 지구에 새 건물을 짓는 동향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소방서 인근 지상 12층짜리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도 향후 북한이 철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소방서와 달리 면회소는 2018년 이산가족 상봉 때까지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보수 작업을 했다”면서도 “노후화가 진행돼 북한이 이 건물을 쓸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했다. 면회소는 대형 건물인 만큼 소방서와 달리 폭파 작업을 통해 철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 지구 내 정부 및 기업 재산권의 침해에도 노골적으로 나선 만큼, 정부는 소송 등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다. 이미 정부는 북한이 무단 가동 중인 개성공단에 대한 재산권 피해액을 4000억 원대로 산정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시점 등을 검토하고 있다.

● 개성공단 무단 가동 공장, 지난해보다 10여 곳 늘어

정부는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공장 120여 곳 중 40여 곳에 대해 북한이 무단 가동하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10여 곳, 지난해 12월 30여 곳에 이어 무단 가동 범위가 또 늘어난 것.

개성공단에선 의류 봉제, 플라스틱, 금형 등 생산 공장으로 인력을 태운 버스가 수시로 오가고 공장 불이 밤에도 켜져 있는 등 무단 가동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