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심을 지나는 한 시민들이 강한 바람에 위태로운 모양의 우산에 의지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4.5.11 뉴스1
올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폭우와 강풍 등이 주말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린이날 연휴인 5, 6일 전국적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데 이어 11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강풍과 강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라며 올 여름 극한호우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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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솔 날아가고 가로수 쓰러져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인천과 경기 안산·시흥·김포 등 수도권, 충남 태안·당진, 경북 영덕·포항, 전남 해남·목포 등 해안가를 따라 전국 곳곳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강풍주의보는 육상 기준으로 풍속이 초속 14m 이상이거나 순간풍속이 초속 20m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강풍으로 인한 피해도 이어졌다. 11일 오전 11시경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쇼핑몰에선 30대 남성과 4세 어린이가 바람에 날아간 대형 파라솔 기둥에 맞아 얼굴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도로에선 높이 약 11m인 가로수가 정차 중인 택시 위로 넘어져 차량이 파손됐다. 경기 안산시에선 강풍에 날아간 파라솔이 전신주 줄에 걸려 소방 당국이 제거했다. 인천 부평구, 경기 부천시, 경남 창원시 등에선 강풍으로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11일 오전 9시 25분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서 가로수가 넘어지며 택시승강장에 정차 중인 택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통제한 뒤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가로수 밑에 있던 택시 뒷좌석 상부가 파손됐으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024.5.11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11일 경기 수원시의 하루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15.4m(시속 55km)로 5월 중순(11~20일)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이날 서울의 하루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18.3m(시속 66km)로 5월 중순 역대 4번째였다. 인천 옹진군의 하루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21.2m(시속 76km), 충남 태안은 초속 24.3m(시속 87km) 등이었다. 강풍주의보는 11일 밤 대부분 지역에서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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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호우 등 이상기후 발생 우려 기상청 관계자는 강풍의 원인을 두고 “이번 주말 한반도를 지나간 기압골의 공기 온도 차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북동부 저기압 탓에 북풍이 불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온 반면 남쪽에선 따뜻한 남서풍이 올라오면서 두 기단의 기온 차가 커서 강한 바람이 불었다는 설명이다.
5월에 이례적으로 강한 비바람이 반복되는 걸 두고선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가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동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는데 여전히 식지 않은 채 지구 곳곳에 이상기후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 남부 광둥성에 이례적으로 열흘 넘게 폭우가 쏟아지고, 광저우시에 토네이도와 우박이 발생한 것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시 중국 남부에서 발행한 막대한 수증기가 ‘대기의 강’을 따라 한반도로 유입되며 어린이날 연휴 제주 한라산에 949mm 물폭탄이 쏟아졌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엘니뇨는 5, 6월 끝날 전망이지만 지난해 매우 큰 폭으로 오른 해수면 온도가 쉽게 식지 않아 그 영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여름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상청도 지난달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5~7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80%라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이어지면서 이상기후는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 아시아 지역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1961~2023년 아시아 지역 온난화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