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장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앞서 손을 잡고 있다. 2024.5.12 사진공동취재단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추 당선인을 전반기 국회의장 단일 후보로 내세우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합의문을 통해 “경쟁보다는 순리에 따라 최다선 중 연장자인 추 후보를 단일 후보로 추대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의 교통정리를 거쳐 단독 입후보해 선출된 ‘찐명’(진짜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조정식, 정성호 의원을 만나 의장 후보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국회의장 선거마저 ‘명심’(이 대표의 의중)으로 치러지는 것이냐는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추 당선인은 12일 조정식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총선 민심과 당심에 무거운 사명감을 지니고 개혁국회 구성과 이재명 대표 중심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기꺼이 대승적 결단으로 지지 선언을 해주신 조정식 의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의 합의문을 두고 당내 최다선인 두 사람이 사실상 전·후반기 의장을 나눠 갖기로 이면 합의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의중이 사실상 추 당선인에게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조 의원이 연장자가 의장에 오르는 관례를 내세워 전반기엔 추 당선인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후반기 의장을 노리고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추 당선인은 66세, 조 의원은 61세다.
● 우원식 “자리 나누듯 단일화 유감”
5선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당선인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친명계 지지 기반이 겹치는 정 의원으로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완주 의지를 밝혔다. 그는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의 단일화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선수는 단지 관례일 뿐”이라면서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썼다. 우 의원은 통화에서 “결선투표까지 도입했으면 결선을 거쳐야지 무슨 단일화를 하냐”고 날을 세웠다.
이달 3일 제22대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추미애(오른쪽부터), 조정식, 우원식, 정성호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추 당선인과 조 의원의 단일화 회동에 배석한 민주당 김병기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기존 관행대로 선수와 나이에 따른 국회 전통이 존중돼야 하지 않냐”고 사실상 우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 의원도 지난 후보 등록 과정에서 이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 인사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친명, 원내대표 이어 의장까지 추대”
박 원내대표가 후보 등록일(7~8일) 직전 조 의원과 정 의원을 만나 ‘당원들의 뜻’을 내세워 불출마를 설득한 것을 두고 지도부가 막판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지도부는 원내대표처럼 국회의장 후보군도 정리해야 한다는 의중이었지만 워낙 다선들이다 보니 전에 없던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실제 강성 권리당원들의 입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이 대표 팬카페 등에는 강성 당원들의 ‘추미애 의장’ 추대론이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인 김민석 의원도 “지금이 당원 주권의 시대라 믿는다. 당원 주권 존중을 순리로 보는 새 정치문법과 다선의 연장자 우선을 순리로 보던 전통 정치문법이 공교롭게 같은 해법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은 강성 권리당원을 비롯해 당내 강경파인 ‘처럼회’와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지지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필요성을 부정하고, 대여 강경 모드를 예고한 추 당선인을 사실상 공식 지지하고 나선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자신의 영역도 아닌 국회의장 선거에 나서서 관여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까지 대표 의중에 따라 선출되는 게 맞냐”고 비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