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차세대 AI 음성비서 공개 ‘AI 경쟁 뒤처졌다’ 위기감 반영
애플이 다음 달 공개할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 차세대 버전에 챗GPT를 탑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AI 기술 개발에 뒤처진 애플이 늦게나마 이를 따라잡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 달 10일부터 열리는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새로운 시리를 공개한다. NYT는 “새로운 시리에는 기존처럼 한 번에 한 질문에만 응답하는 방식이 아닌 대화가 가능한 생성형 AI 시스템이 포함될 예정”이라며 “챗GPT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타이머 설정, 캘린더 등록, 문자 요약 등 시리가 이미 수행하는 작업을 더 잘 처리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시리는 애플이 2011년 선보인 음성비서로, 이용자의 음성 요청에 따라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기본적인 일을 처리했다. 여기에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하면 이용자와 대화를 통해 서비스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다음 달 새로운 시리를 공개하는 배경에는 ‘AI 경쟁에 뒤처졌다’는 내부의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관계자는 “경영진은 새 AI 기술이 아이폰의 iOS를 대체하는 주요 운영 체제가 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라고 NYT에 전했다. 애플이 올해 초 자율주행차 개발 사업을 접고 수백 명의 기술자를 AI 개발 부문에 할당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