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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눈돌리는 손정의… 88조 투입 칩-로봇 등 ‘AI 혁명’ 추진

입력 | 2024-05-13 03:00:00

ARM에 전담 부서, 내년 생산 목표
비전 펀드 매각으로 실탄 마련해
英반도체사 등 기업 인수도 나서
日정부, 소프트뱅크에 3700억 지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내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출시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로봇 등 ‘AI 혁명’ 추진에 10조 엔(약 88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AI 전환을 목표로 대표 펀드인 ‘비전펀드’를 축소해 자금 마련에 나서며 그룹의 사업·투자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프트뱅크의 AI용 슈퍼컴퓨터에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는 등 지원 사격에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가 AI 강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10조 엔을 투자하고 그 일환으로 자회사 ARM에 AI 칩 전담 사업부를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ARM은 2025년 봄까지 칩 개발을 마쳐 시제품을 내놓은 뒤 같은 해 가을부터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ARM은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칩 개발사에 반도체 회로 설계를 판매해 ‘팹리스의 팹리스’로 불린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미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인) 대만 TSMC 등과 협상을 진행하며 제조역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소프트뱅크는 AI 칩 개발과 함께 이르면 2026년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에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로봇 합작회사 건립도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손 회장은 ARM을 비롯한 소프트뱅크, 라인 등 핵심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 구축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벤처 펀드인 비전 펀드의 자산을 매각해 AI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전펀드의 자산 규모는 10일(현지 시간) 현재 2021년 말 대비 290억 달러(약 40조 원) 감소했다. 쿠팡, 도어대시, 그랩 등 기존에 투자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지분을 잇달아 정리한 결과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이 AI 및 (반도체 등) 관련 하드웨어 진출을 위해 기존 펀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며 “상당 지분을 현금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손 회장이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자나기 프로젝트’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자나기는 미국 엔비디아에 맞서기 위해 AI 칩을 개발하려는 사업이다.

펀드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소프트뱅크는 AI, 반도체 분야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섰다. 영국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 인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맞춤형 AI 칩 개발 전문업체인 그래프코어는 엔비디아의 ‘잠재적 라이벌’로 부상하며 소프트뱅크뿐만 아니라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주축으로 생성형 AI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궁극적으로는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AI 왕국’을 꿈꾸고 있다. 반도체 칩 설계부터 개발, 생산뿐만 아니라 AI 서비스라는 엔드유저(최종 소비자)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도 여기에 발 맞춰 소프트뱅크의 물량 공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0일 소프트뱅크의 AI용 슈퍼컴퓨터를 고도화하는 데 최대 421억 엔(약 37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필요로 하는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소프트뱅크는 슈퍼컴퓨터를 자체 생성형 AI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도 할애해 일본 내 AI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