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2023.09.20. 뉴시스
지난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던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 심사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8월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자로 각계에서 천거한 인사들 가운데 심사를 받는 데 동의한 55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대법관 후보로 적합한지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인데, 이 명단에 이 전 후보자가 포함됐다. 이 전 후보자가 대법관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낙마한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비롯한 재산신고 누락 등 본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들 때문이었다. 이 전 후보자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한 채 ‘신고 대상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가 대법원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낙마 이후 이 사안에 대해 심사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이 전 후보자에게 ‘경고 및 시정조치’ 처분을 내렸다. 이 전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개인 신상 문제로 이 전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75일간 대법원장 공석이 이어졌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중단되는 등 사법부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전 후보자가 법원 전체에 큰 부담을 줬다는 얘기다. 30년 이상 재직한 고위직 판사로서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이다. 이 후보자가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꼈다면 누군가가 대법관 후보로 천거했더라도 고사했어야 했다. 법원 구성원들과 국민이 이 전 후보자의 처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