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갤럽이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4%, 부정 평가는 68%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4·10총선 직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래 한 달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다. 긍정 평가 24%는 제6공화국 이래 역대 대통령의 취임 2주년 지지도 중 가장 낮다고 갤럽은 밝혔다. 부정 평가 이유는 ‘경제·민생·물가’(19%) ‘소통 미흡’(19%) ‘독단적·일방적’(7%) 순이었다.
이처럼 역대 최저 지지도 속에 집권 3년 차를 맞게 되면서 윤 대통령은 민생과 소통 행보를 강화해 반전을 꾀할 것이라고 대통령실 측은 밝히고 있다. 취임 2주년 당일 서울 영천시장과 청계천을 찾아 시민들과 만난 것을 시작으로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의 어려움을 직접 듣는 행보를 늘리고 기자들과의 접촉도 늘려 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회와의 협력도 강화하며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노력에도 집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3년 차는 그 출발부터 거친 대치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금주 또는 내주 국무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의결할 예정인데, 이미 강경 대응을 예고한 야당과는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정부여당을 몰아붙이는 야당의 오만도 큰 문제지만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고집하는 대통령의 비타협적 태도도 그 못지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별다른 변화 없이 그간의 국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스타일과 이미지만 바꾸면 된다고 믿는 듯하다. 지난주 1년 9개월 만에 열린 기자회견 역시 아무것도 바뀌는 것 없이 그간 하던 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수준이었다. 앞으로 민생과 소통 강화를 내세워 민생토론회를 재개한다지만 대통령이 주도하는 토론이 어떤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진정성 없는 시늉만의 변화로 국민 마음을 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