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러닝크루’ 운영자 손정희 씨 가정의 달 맞아 누적거리 기부 제안… 위탁가정 맡겨진 아이들 위해 사용 두 팀으로 나눠 달리며 ‘기부 경쟁’… 타 동호회에도 선행문화 확산되길
8일 춘천 소양강처녀상 앞에 정기 런을 위해 모인 춘천러닝크루 회원들. 이날 모임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김병지 강원FC 대표도 게스트로 참가했다. 춘천러닝크루 제공
“달리기로 건강을 챙기면서 기부로 이웃 사랑도 실천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강원 춘천시의 달리기 동호회인 춘천러닝크루(CRC)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달린 거리만큼 기부하는 ‘꾸런꾸런 누적거리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이 1개월 동안 달린 거리에 숫자 ‘00’을 붙인 금액 이상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120km를 달렸다면 1만2000원, 300km를 달렸다면 3만 원 이상을 기부하게 된다. 기부금은 ‘강원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친부모의 어려운 사정 탓에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8일에도 소양강처녀상 앞에서 모여 춘천대교 건너편까지 왕복하는 5km 코스의 정기 런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달리기를 즐겨 하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김병지 강원FC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CRC 회원들은 보통 1개월에 100km를 달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챌린지를 통해 평소보다 많은 거리를 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눠 경쟁 체제로 운영하는 것도 회원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손 씨 역시 9일까지 150km를 달려 평소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손 씨는 “경쟁에서 이겨도 별다른 보상이 없지만 회원들의 마음은 다른 거 같다”며 “많이 달려서 좋고, 그만큼 기부를 많이 해서 좋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회원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5월 창단된 CRC는 준회원 300명, 정회원 110명의 강원도 내 최대 달리기 동호회라고 한다. 회비도, 회칙도, 뒤풀이도 없다. 다만 정기 런을 6회 이상 참여해야 정회원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20∼50대의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들이 달리기만을 즐기기 위해 모인 셈이다. 창단 이후 CRC에서 만나 결혼한 커플이 10쌍이 넘는다. 이 때문에 손 씨는 “동호회 활동이 청년층 이탈과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손 씨는 이번 챌린지가 다른 동호인들에게도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선 강원도 내 ‘러닝크루’란 이름의 달리기 동호인들에게 이 같은 바람을 전달할 예정이다. 손 씨는 “동호인들이 가을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9월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이때 동호회별로 꾸런꾸런 챌린지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며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면서 타인에게도 도움을 주는 ‘선행 런’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