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정부, 증원근거 자료 55건 법원 제출… 69%가 보도자료-성명 등 공개자료 전문위원 다수 “1000명이하 바람직” 의사단체 “증원 과학적 근거 안보여”
● “충격적” 반발에도 “기자들 기다린다”며 발표 강행
정부는 10일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총 55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동아일보가 이들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중 38건(69.1%)은 이미 공개된 자료로 나타났다. 종류별로 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보도자료를 포함해 보도자료·보도참고자료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 성명·브리핑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간호사를 다룬 기사를 포함해 기사 6건도 제출했다.
● 전문위원 다수 “1000명 이하가 바람직”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록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제출된 건 회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였다. 또 5차 전문위가 열린 지난해 10월 17일에는 증원 규모를 제시한 위원 8명 중 6명이 1000명 또는 그 이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결국 공식 발표 전 2000명 증원이 명시된 건 보정심 회의록이 유일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을 논의한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와 관련해서도 의사단체 등에서 요구한 명단과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익명 처리를 하되 의대 교수인지 부처 공무원인지 알 수 있도록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회의당 4페이지 분량의 회의 결과 요약만 제출됐다. 교육부는 “위원들 개인 정보 사항은 비공개한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학별 실무점검에서 “다소 무리한 계획을 제출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대학도 있다” 등의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가 배정을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출한 건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 3개 외에 의사 수 수급 추계 자료, 통계청 고령자 통계 등이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제출 자료 대부분이 정부나 시민단체가 기존에 발표한 것”이라며 “각종 회의체는 이미 정해진 정책에 동의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자료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