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나의 돈키호테’ 낸 김호연 작가 전작 ‘불편한 편의점’, 150만부 팔려
장편소설 ‘나의 돈키호테’를 펴낸 김호연 작가는 “어릴 적부터 모험과 우정의 서사가 담긴 돈키호테 이야기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손홍주 나무옆의자 제공
“많이도 먹네.”
2018년 서울에서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 서른 살 ‘솔’은 엄마에게 이런 구박을 받으며 산다. 솔은 외주 프로덕션에서 6년 동안 PD로 일했다. 자신이 기획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리고서 엄마 집으로 향했다. 자기 일에서 성공하지 못한 스스로가 길가의 쓸모없는 돌멩이처럼 느껴졌다.
솔은 15년 전 자주 찾던 비디오 대여점 ‘돈키호테 비디오’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자신을 ‘산초’라고 부르며 아끼던 비디오 가게 주인 ‘돈 아저씨’가 행방불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은 결심한다. 유튜브 채널을 열고 돈 아저씨를 찾는 여정을 촬영하기로. 과연 솔은 돈 아저씨를 찾을 수 있을까. 좌절로 가득한 삶을 찬란하게 바꿀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모험과 우정을 그린 돈키호테를 나만의 방식대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3개월간 머물며 자료 조사까지 마쳤죠.”
그는 “돈키호테를 좋아하는 건 무명 생활을 지속하며 좌충우돌한 내 삶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일했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잠시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0만 원짜리 작업실을 구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나무옆의자)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고도 8년간 무명 생활을 버텼다.
“다른 작가들은 선생님, 공무원, 카페 사장 등 본업이 따로 있더군요. 저는 전업 작가로 살다 보니 생계 유지가 어려웠고 지칠 때가 많았죠.”
기회가 온 건 2021년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이 성공하면서다.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불편한 편의점 2’(나무옆의자)를 펴냈다. 1, 2권 합쳐 150만 부가 팔리면서 ‘힐링 소설’ 열풍을 불러왔다. 그는 “힘들던 나를 위로하고 싶어 쓴 소설이 독자까지 다독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혹여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꿈은 이뤄졌을 때 끝나는 게 아니라 꾸는 동안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